초보의 몫

어설픔을 양심이라 우겨봅니다.

by Planful세정

​가덕도 일몰은 보랏빛으로 내려옵니다.

프렌풀 마당에는 어스름 어둠이 스며듭니다.

쌀쌀한 공기가 더욱 한적한 기운을 더합니다.

비어있는 마당을 바라보다 보니
며칠 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걸립니다.

그날 이후로 자꾸만.


​"아이들이 있어서 그래요.

바베큐는 꼭 밖에서만 해야 하나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는 들뜬 기대와 조심스러움이 같이 묻어 있었습니다.


'바베큐 숯불을 밖이 아니고, 어디서 피울 수 있을까?'


걱정이 전염이 되는 듯

아이들이 추울까 덩달아 걱정이 따라왔습니다.


"밖에서 구워서 안으로 들여다 줘야 해요."
그러나 날씨가 춥기만 하라는 법 없고,

​바람을 피할만한 여지도 있었고,

말을 덧붙일 시간도 있었는데,

그날은 더듬거리며 대답을 먼저 내뱉었습니다.


뒤이어 열 명 예약을 문의하는

손님에게는 한술 더 떴습니다.

"열 명이면 화장실 사용이 많이 불편하실 텐데요…."

조금도 아니고 그것도 많이.

"우린, 모두 가족들이라 괜찮아요. 생각해 볼게요"


전화를 끊고 나서야 '아차, 오지 말라'로 들렸을 수도 있음이 스쳐갔습니다.

초보티를 벗지 못하고 내뱉은 어설픈 말들이 겨울바람보다 따가운 후회로 되돌아왔습니다.


​우리 프렌풀에서는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는 방식이 있습니다. 세 채의 동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서는 성수기에도 늘 한 동 정도는 비워두곤 합니다.

비움의 여유는 머무는 시간은 넉넉하게,

분위기는 고요하게 흐르게 합니다.


그 비어있는 동의 비밀번호를 슬쩍 손님들께 알려드리곤 합니다.

저만의 '고전적인 방식'입니다.

뭔가 부족할 수도 있지만 또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런데 그날은 왜 안된다고 했는지?


발을 딛기도 전에 문제라고 말해버리는 솔직함은 친절이 아니었습니다.

이 어설픔을 양심이라 우겨봅니다.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이 세계에서

굳이 전화를 걸어준 고마운 분들에게,

따뜻함과 안정감을 전하지 못했을까요?


​"다음에 전화하겠습니다."
​손님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돕니다.


예약 없는 빈 방을 닦고, 마당의 솔잎을 쓸면서

오지 않은 인연들에게는 미안함을,

비어있는 공간에는 안타까움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나에겐 후회를.


다음번엔 제대로 잘 해내고야 말리라 다짐을 해봅니다.

언제 어디서나 후회는 초보의 몫입니다.
"오늘의 초보여, 초보티는 벗어버리고

또한 후회도 줄여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