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매년 새해에는 일출을 보고 대구탕을 먹었습니다.
겨울의 별미 대구탕에는 많은 기억이 숨어 있습니다.
함께 대구탕을 마주했던 추억의 사람들!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이별까지 남아있습니다.
올해는 메뉴를 바꿨습니다.
생대구가 귀해진 탓도 있지만, 사실은 밀려드는
그리움을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덕도 근처에는
굴국밥을 잘하는 집들이 제법 있습니다.
운창수산, 하나수산 같은 곳을 종종 찾곤 합니다.
이름을 모두 거론하긴 어렵지만,
그 따뜻한 국물은 새해를 시작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루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등산입니다.
쉬엄쉬엄 걷기, 때론 땀 흘리며 오르기,
때로는 드라이브하듯 차를 타고 오르기도 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 탁트인 풍경을 내려다보며,
새로운 다짐을 해보는 것도 늘 반복되는 의식입니다.
그 길에서는 어김없이 여러 사람들을 마주치곤 합니다.
올해는 펜션 '프렌풀' 뒷산을 올랐습니다.
단 한 사람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하는 옛길이었습니다.
고즈넉한 소나무 숲길을 천천히 오르며
가슴속을 비워내고,
새로운 계획을 조심스레 채워보았습니다.
쉿, 오로지 나의 숨소리만 들리는 그 고요함이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일출, 겨울 별식, 등산과 산책.
이것들은 늘 저만의 작은 새해맞이 의식입니다.
고즈넉한 오후, 가덕도를 잠시 벗어나
겨울 철새의 탐방으로 아는 사람만 안다는 갈맷길을 찾았습니다.
그곳에는 늘 생명에 대한 감탄과 경이로움이 있습니다.
겨울새들의 군무,
낮게 울리는 새들의 소리에
저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구구구 낮은 울음이 마음에 울림을 더합니다.
이 아름다운 시작이,
모든 평범한 날을 버텨낼
에너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해는 떠오르고
또 새해 어느 하루는 조용히 다가옵니다.
아무 일정 없는 아침, 커피 하나면 충분하듯이
작은 기쁨으로 충만히 채워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