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자부심이 있어요.

까칠한 그들

by Planful세정

처음 전화는 꾸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주말 말고 주중 요금은요?”
“주차는 몇 대까지 가능해요?”
“맥주컵은 있나요? 소주컵도요.”
“입실·퇴실 시간은요?”
“여덟 명이면 추가 요금 있나요?”
“냉장고는 큰가요?”

응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다가왔다.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손님으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펜션에 족구장을 정비하게 만든 계기가 된 사람 역시 바로 이 전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질문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닫을 수는 없었다.


예약 당일의 날씨가 또 문제였다.
눈인지 비인지 분간되지 않는 겨울의 비가 흩뿌렸다.

‘이런, 날씨도 나를 돕지 않네.’
‘혹시 날씨를 이유로 다음에 오라 할까?’
아직 결제도 안 됐는데,
당일 카드 결제를 요구하면 어쩌지—
카드 단말기가 없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바쁜 일정이 있었지만
그날은 직접 손님을 맞이하기로 했다.
“어느 방인가요?”
“방이 아니라, 독채로 준비했어요.”
“아, 좋네요.”

그들은 단정했고, 말투는 조심스러웠다.
잘 나가는 회사원처럼 보였다.


“잘 지으셨어요.”
“비가 오니까 더 운치 있네요.”


비까지 운치라니.
괜히 앞서 걱정한 내가 민망해졌다.
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다.


테라스에서 소고기를 굽고
잔이 오가고 웃음이 섞였다.
차가운 겨울 공기 위로
고기 연기와 온기가 함께 피어올랐다.


“고기 잘 구워졌는지 한 번 드셔보세요.”

"우리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예의까지 깔끔했던 그들은
‘대한민국의 경찰’이었다.
젓가락 사이로 무선 마이크가 보였고,
마당 한편에는 장작 상자와
불멍용 사각 빈통까지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을 꼼꼼히 세밀히 챙겨 온 사람들이었다.


프렌풀의 밤은 인적이 드문 곳이다.
고요한 밤공기를 뚫고
마이크 노랫소리로 정적을 깨뜨릴

그들의 모습을 잠시 상상했다.


아,
펜션을 내가 비워줘야 하는 순간이구나.


아마도
마이크를 들고
누군가는 신나는 노래를, 누군가는 감성 터지는 발라드를 불렀을 것이다.
누군가는 박자를 놓쳤을 수도 있지만
서로를 살피는 눈빛은 다감했을 것이다.


경찰이라는 정체를 알고 나니
그 까탈스러움은 예민함이 아니라
날카로운 예리함과 정확함으로 확 다가왔다.


“와우, 정말 섬세하고 날카롭던데 직업의식?”


“뭐… 그 정도까진 아닌데요.”


가장 재미있게 놀다 가시라는 인사와 함께
뜨끈한 된장 시래국을 전하고
펜션을 내려왔다.


그날 우리 프렌풀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그저 놀러 온 손님이 아니라,
밤근무를 서고
잠깐 눈을 붙인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대한민국의 청년 경찰들이었다.


철저했고, 알뜰했고, 믿음직했다.
그들이 남기고 간 밤은 꽤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렇게 잠깐,
대한민국의 청년 경찰들은
지켜야 할 사람도, 현장도 없는 밤에
그저 평범한 청년으로

웃고, 부르고, 머물렀으리라.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질 줄 아는 그들의 앞날을 조용히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