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모다

가덕도행 520번 시내 버스를 타고 프렌풀 가는 길

by Planful세정

"아, 빨리 오네"
저 먼치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펜션 들어가는 입구 길에 이모가 나와있다.

자동차는 내가 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타는 사람이 따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남편과 이모의 신세를 지곤 한다.

"이모, 오늘은 520번 버스 타고 들어갈게."

늘 이모를 집으로 불러 픽업해 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가 되었다.
진짜, 백수가 되었다.

직장을 나갈 때 "바쁘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프렌풀 펜션을 이모에게만 맡기고 오라가라 하려면 낯이 두꺼워야 한다.

가덕도행 시내버스 520번.
배차 간격이 65분에서 70분이다.
불편하다면 불편하지만, 경험은 언제나 중요하다.
520번 버스를 찬양하고 싶을 정도다.

우리 집 앞 정류소에서 타니, 버스엔 나 혼자다.
다음 정류소에서도 그다음 정류소, 그 다음다음 매번 아무도 버스를 타지 않았다.

"기사님! 버스 전세네요. 앞으로 단골입니다."

버스 기사님과 둘 뿐이니 아줌마의 넉살도 어색치 않게 나온다.
그러나 백미러 속의 젊은 기사님은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눌차대교에서는 신항이 보인다.
신항 양쪽으로 큰 크레인이 촘촘히 들어서 있고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들도 보인다.
반대편에는 김양식장의 발 같은 작은 구조물이 빽빽이 열을 지어 서있다.

특히 신항의 야경은 심장 소리까지 내며 멈춤이 없는 곳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부산의 야경 스팟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어느 오후, 시내버스 안은 정적이지만 창 밖 풍경은 여유롭고 따사로운 햇빛이 정겹다.
기사님은 힘차게 달리기에 집중하시는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국가 세금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마음의 여유에 취해서 좋기만 했다.

"다음 정류소는 서중마을입니다."
버스의 기계음도 친절하다.
눈에 아주 익숙한 동네 풍경이 보여서 띵똥 버튼을 누르고 천천히 내렸다.

'오예, 최곤데'
곧게 뻗은 도로가에도 봄이 맺힌 듯하고,

바람에도 봄향기가 실린 듯하다.

로망스 아귀찜 가게 앞 길에 들어서니 나를 보고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인다.


'앗, 이모다'

우리 기억 어딘가에는 소중한 사람을 기다리며 손 흔드는 시간들이 숨어 있다.
오늘 하루는
소중한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반기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