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봄을 다시 만나는 작은 마법
오늘 뭐 하나? 쑥 캐러 갈래"
"칼 챙기고 봉지도 가지고 와"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는 프렌풀에 한 번 오고 싶어 했다. 가덕도는 펜션의 성지 거제도의 관문인 거가대교와 붙어 있는 지역이다. 그 친구는 거제도 펜션에 가끔 놀러 가곤 하는데 프렌풀을 궁금해했다.
봄이라 하지만 꽃샘추위가 만만치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마침 훈훈하고 따뜻한 기운을 뿜는 봄 날씨였다.
"시골에 살지도 않았지만, 봄만 되면 쑥을 캐러 가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 가보는구나!"
친구는 쑥 캐기에 대한 로망인지 열정인지 거제도 그 어디까지 찾아봤다고 한다.
그까짓 쑥이 뭐라고 내게도 쑥 캐기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다.
시골 출신인 엄마는 봄이 되면
꼭 쑥을 캐러 가자 했다.
나는 쑥 캐러 가기를 함께 하는 것 대신에 쑥을 사다 주곤 했었다. 그런데 친정 엄마와 이별하고 나서부터는 쑥은 내게도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쑥은 어디서 캐나?"
햇빛이 등을 따사로이 비추는 펜션 테라스에 차를 한 잔 나누고 나니, 쑥의 존재가 궁금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프렌풀 앞 넓은 밭으로 내려갔다.
쑥이 여기저기 드문드문 모여있었다.
엉덩이를 깔고 앉아 쑥을 캐보았다.
햇빛이 따사롭고 바람도 부드러워 쑥 캐기에 집중이 안되는데 반면 친구는 열심을 내고 있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쑥을 캤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가고,
마른풀들이 살짝 흔들리고,
고개를 들면 길 건너
앞 밭가에 하얀 매화꽃이 보인다.
엄마도 이런 봄날에 이렇게 쑥을 캤겠지?
엄마의 쑥을 캐기는
봄을 캐는 일이기도 했다는 것을 지금 알았다.
모여있는 쑥의 성질상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곳에 앉아서도 봉지를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다.
"어릴 때 할머니가 쑥털털이 많이 해주었는데..."
"나는, 우리 엄마가 해줬지"
이제는 엄마의 엄마가 된 나이지만, 쑥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봄과 할머니, 엄마를 다시 만난다.
마른풀 사이로
작은 초록이 하나둘 올라와 봄을 알리는 쑥.
가까이 내려다보면 할머니, 엄마가 보이는 마법의 하루였다.
날씨는 차가운 듯,
바람은 부드러운 듯,
쑥 캐는 손에는 쑥향이 묻어나고
마음에는 그리움이 담기는 시간이었다.
"세정아, 우리가 쑥을 캐긴 캤다"
그날 우리는 오래된 봄을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