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아내가 신체의 변화를 느끼고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 와 테스트를 하였는데
선명한 붉은색 두 줄이 나왔다.
결혼을 하고서는 지난 5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에 다음 날이 되어
산부인과를 찾아가 초음파 검사를 해 보았다.
아내가 진료실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분 들어오세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들어가 보니 작은 점 하나를 가리키시며
“임신 축하드립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빠가 되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철없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가지게 된 순간이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내 드리며 아이가 예쁘게 생겼다고
말씀드렸다.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지금 예쁜지 아냐고.
아내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네가 하나 더
태어나는 거니까
지금도 당연히 예쁜 거라고…
하나의 사랑만으로도 내 안의
우주가 꽉 차 있었는데
다시금 그 우주가 폭발하여
또 다른 우주가 태어났다.
빅뱅이었다.
내 안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또 다른 태어남이었다.
초음파 사진 속의 작은 점 하나로
존재하는 그 아이는
그 여리고 작은 점 하나에서 시작해
또 다른 우주가 되어 태어나고 있었다.
나는 오늘 어떤 우주의 시작을 보았다.
저물어 가며 힘없이 고개를 떨구어뜨린,
스러져 가던 내 안의 작은 우주에서
어떠한 희망이 싹트고 움트는 것을
차갑고 느리게 뛰고 있던 심장을 통하여
느낄 수 있었다.
그 작은 점 하나가
영겁의 세월을 통하여
끝없는 우주가 되어 갈 때까지
천천히 바라보며 함께하기로 했다.
그 안에서 많이 웃고 조금씩 아파하며
많이, 많이 행복하고
이따금씩 슬퍼하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면서…
낡고 빛바랜 나무집의 작은 창문을 통하여,
해 질 녘 노을 얹은 밥 짓는 냄새가
하얗게 내리는 차가운 함박눈 사이로
따스하게 피어오르길
조용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