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일을 하면서 점심을 먹다가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가 14살이 되면서, 간밤에 중학교 등록금을 걱정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얘기를 훔쳐 듣게 되시고 나서
스스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으시고 도시에 나가 공장에서 일을 하시겠다며 경북 상주의 시골 마을을 떠나 대구에 있는 큰 목공소에 취직을 하셨단다.
첫 4달간은 그리운 10남매와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 마을 집에도 못 가시고,
휴가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 두신 채 매일 수십 번도 더 바라보며 날짜가 왜 이렇게 안 가나 하시며 답답해하셨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 어린 나이에 어른들과 함께 일을 하고 숙소에서 낯선 이들과 생활하시며 많이 외롭고 힘드셨나 보다.
또래 친구들도, 위로가 될 만한 이들도 없이 혼자서 고독한 아이처럼.
드디어 일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기다리고 고대하던 고향집으로 휴가를 떠나게 되셨다고 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교통이 구석구석 발달하지 않아 대구에서 출발해 상주의 고향집 근처 8km까지만
차를 타고 간 후에,
남은 길은 굽이굽이 산길을 걸어가셨다고 한다.
그리운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힘들게 걸어갔을
그 어린아이는,
집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근처에 다다랐을 때,
논밭 저 멀리에서 일하고 계시는 엄마와 누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 어린아이는 엄마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10남매와 아빠가 있는 그리운 고향집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때때로 아빠를 통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머릿속에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고 희미하게나마 얼굴 한 번 뵌 적 없는 그분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걸어오던 14살의 소년이,
지금 내 옆에서 묵묵히 점심을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