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폐쇄병동에서 내 치부를 말했다

by 윤종현


나는 폐쇄병동에 갇혀 있었다


14년 전의 일이다.

당시 극심한 조울증으로 병명도 모른 채

어느 대학병원의 신경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 주치의와 함께 매일 20~30분씩

상담을 했었다. 주로 지난날의 살아온 이야기들에

관한 것이었는데, 입원 당시 이미 조울증으로 인하여

많은 문제들을 일으킨 후에 입원을 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었기에 의사의 질문에 답하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하나씩 이야기하는 것이

나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의 질문을 받고서 정말

꺼내기 싫었던 이야기까지 하게 되면서

너무나 힘들어하며 망설이자 의사가 해줬던

말이 기억이 난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고서 어떻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맞는 말 같아서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하나씩 있었던 일들, 그리고

마음에 대해서 모든 걸 털어놓았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살아온 모든 이야기들을

다 털어놓는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당시의 나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상태였지만 다시 건강한 상태로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그 의사를 믿고

의지하며 상담을 이어나갔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치부가 없는

삶이 어디에 있을까.

굳이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누구나

삶에는 굴곡과 아픔, 상처와 잘못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치부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다른 시선을 갖게 했던 순간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 입원을

하기 전 거리를 걷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고생 서너 명이 내 쪽을 힐끔힐끔

보며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지 망설이는 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아이들 중에서 가장 예쁘게

생긴 아이가 앞으로 다가오길래 눈치가

빠른 나는 먼저 말해버렸다.


"담배 사달라고요?"


그러자 그 아이는 당황해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사이 짧은 시간 많은 고민을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중학교부터 담배를

피워온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기도

하지만 이제는 성인이 된 나로서 어찌해야 할까를

잠시 생각하다 돈을 받아서 그녀가 원하는

담배를 사다 주었다.

그리고 그 예쁘장한 여고생에게 물었다.


"담배 피우는 여자가 멋있는 거 같아요?

아니면 안 피우는 여자가 멋있는 거 같아요?"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었다.


".. 안 피우는 여자요.."


그래서 나는 다시 진심으로 말했다.


"아니요. 나는 살면서 담배 한 번도 안 피워본

여자보다 살면서 담배도 한 번 피워본

여자가 훨씬 멋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었지만

그녀는 나의 예상외의 답변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후 다시 물었다.


"그런데 담배 피우는 여자보다 더 멋있는

여자가 있어요. 누군지 아세요?"


그러자 그녀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처음보다는 풀이 덜 죽은 모습이었다.


"담배 피우다가 끊은 여자요. ㅎㅎ"


그렇게 말한 후 웃으며 잘 가라고 한 후에

친구들 곁으로 보냈다.

물론 나도 그런 시절을 보냈었기에 사주면

안 되는 것을 사주긴 하였지만

어떻게든 피울 것도 아는 데다 잠시 고민하다

그리라도 말해주었던 것이었다.


문득 떠오른 오래전 기억이지만 담배에

대한 생각은 개인적으로 진심이었다.

그리고 삶에 있어서의 치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치부가 없는 삶은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삶이 맞겠지만 살면서 남모를 치부도

어느 정도 간직하며 살아온 이들이 적어도

내게는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그 치부를

아픔과 상처로만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치부를 이겨내고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라고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어릴 적 그 소녀에게 말해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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