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고 조금은 철이 없으신 엄마의 엉뚱함에 대하여.

by 윤종현

엄마는 좋게 말하면 순수하시고 나쁘게 말하면 철이 조금 덜 드셨다. 특히 귀가 많이 얇으신 편이셔서 사람들의 말을 너무나 쉽게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으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에 대한 상처도 많으시고, 어릴 때부터 “난 사람이 싫어”라고 말하시는 걸 자주 들으며 자랐다.


어느 정도냐면 자주 등산하시는 북한산을 오르시다가 곁에 처음 보는 이가 산을 오르며 몇 마디 던지며 어떤 물건을 소개하면 산을 내려올 때 흐뭇해하시며 그 물건을 손에 들고 내려오신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는 전국의 모든 다단계 회사 물건들이 종류별로 하나씩 있었고,

“이 물건이 세계 최고야”라는 엄마의 혼잣말은

언제나 익숙하게 들려오곤 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엄마는 불교를 오래도록 믿어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어느 교회의 권사님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교회에도 조금씩 나가시게 되었는데 어느 때는 절에 다니시다가 또 어느 시점에는 교회에만 다니시다가 왔다 갔다 반복을 하시더니 급기야는


“모든 종교는 하나야. 다 같은 거야.”


라고 하시더니 한 주는 교회에, 한 주는 절에 나가시곤 하시며 부처님과 예수님을 동시에 믿으셨다. 요즘은 어디를 다니시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 엄마는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하시는 걸 좋아하셨는데 늘지 않는 운전 실력으로 인해 20년 넘게 운전을 해오시며 합의금과 수리비로만 집 한 채 값은 쓰신 걸로 알고 있다.


아빠는 늘 말씀하셨다.

“너희 엄마가 운전하다가 겪은 일화만 모아도 책 한 권은 나올 것이다.”


한 번은 엄마가 아빠에게 그러더란다.

“택시 기사들은 참 나빠. 진짜 나빠.”


아빠에게 또 사고를 냈다고 하면 운전을 못 하게 할까 봐 모든 사고를 소리 소문 없이 혼자서 처리해 오던 엄마는 은연중에 단서를 남겼고, 아빠는 눈치를 채고 마셨다. 그동안 택시 기사님들과 사고를 많이 내면서 합의금을 많이 뜯겼었구나라는 것을.


또 한 번은 평소 신나는 트로트 음악을 볼륨 끝까지 틀어놓고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기시던 엄마가 경기도 교외의 경치 좋은 일 차선 도로에서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차 밖의 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을 정도로 커다랗게 음악을 튼 후 평소의 운전 습관대로 느릿느릿 할머니 운전을 하고 계실 때였다.


엄마는 항상 일반적인 속도보다 과하게 굉장히 느린 속도로 운전을 하셔서 도로 주행에 방해가 되는 타입인데 그날은 뭔가 느낌이 싸한 게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드셔서 뒤를 돌아보셨단다.


그러자 그 좁은 시골길 같은 곳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차들이 빽빽하게 줄 서 있었고, 그제야 사태 파악을 한 엄마가 음악 소리를 꺼보니 엄청난 소리의 경적들이 “빵 빵, 빵 빵~” 하고 들리는 것이었다.


식은땀을 흘리시며 급하게 갓길로 차를 몰아 뒤에 차들이 갈 수 있게 비켜주자 그때부터 엄마 차 옆을 지나가는 모든 차들이 엄청난 욕들을 한 마디씩 모두 던지고 지나갔다고 한다.


끝이 없는 차들이 옆을 지나가며 각기 다른 욕들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한 마디씩 던지고 지나갔고, 그날 평생 들을 욕들을 모두 다 들었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리고 어릴 적 은평구 증산동이란 곳의 언덕배기 꼭대기 위 비좁은 골목에 오래 살았었는데 그 집에 살 때 엄마가 처음으로 차를 사셨었고, 그 시기에는 정말 수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차를 산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느 날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는데 차가 앞으로 나가지를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보통 사람 같으면 차에서 내려서 바닥을 확인해 볼 법도 하고 주위도 살펴보고 할 텐데 단순한 엄마는 점점 더 힘껏 액셀을 밟기 시작했고, 타이어 타는 냄새와 흰 연기, 제자리에서 헛도는 바퀴… 점점 더 풀 액셀을 밟다가 차가 180도 휙 뒤집어지고 만 것이다.


다행히 엄마가 다치지는 않았지만 돌덩이 방지턱 같은 곳에 끼어 헛돌던 타이어가 지렛대에 튕기듯이 어느 순간 공중으로 떠올라 180도를 회전하고 차 바닥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사실 최고의 압권은 평소 좋지 못한 운전 습관으로 인하여 도로 위에서 만나는 온갖 차주들에게 소위 말하는 쌍욕을 들어오시던 엄마는 굉장히 예민한 상태이셨고, 하루는 집에서 나와 비좁은 골목을 지나 고바위 언덕을 내려가는데 뒤에 따라오던 차가 끊임없이 경적을 울리며 자극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운전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여 화가 날 대로 나신 엄마는 언덕 중간에 차를 세우고 내린 후 두 팔을 걷어붙이며 뒤차를 향해 달려가시며 삿대질을 하고 운전자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욕을 하셨다고 한다.


그 순간 뒤차의 운전자가 깜짝 놀라며

“어.. 어.. 어어!!…”


그 순간 엄마도 이상한 낌새에 뒤를 돌아보자 차가 조금씩 구르더니 점점 빠른 속도로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가 막다른 벽에 쾅하고 부딪쳐 박살이 난 것이었다.


엄마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은 채로 내린 것이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후에 뒤차의 운전자 말이,


“저는 사실 뒷 트렁크가 열리셔서 알려드리려고 빵빵한 건데…”


이제 엄마의 연세도 어느새 71세가 되셨다.

엄마는 여전히 귀가 얇으시고 엉뚱하면서도 답답하고 순수하시면서도 철이 없으시지만, 언제나 항상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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