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고 안전한, 내 딸의 고치

by 서담


아침에 투표를 하고 왔다. 21대 대통령 선거. 오랜만에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선거는 늘 묘한 각오를 준다. 오늘 이후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나도 무언가 새롭게 시작해볼까.


그리고 오늘, 그동안 미뤄뒀던 집 구조 변경을 시작했다.

일할 때는 그냥 흐린 눈으로 넘겼던 집 안 구석구석을 요즘은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자리를 옮기고, 물건을 정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 하나—초등학교 4학년인 딸의 방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딸아이가 얼마 전 말했다.

“친구를 집에 데려와서 같이 자고 싶어.”

요구가 많지 않은 아이인데, 이건 정말 하고 싶은 일이구나 싶었다. 그 친구 집에서 두 번쯤 자고 왔다. 하지만 우리 집은 아직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자고 있고, 딸아이만의 공간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한 문장.

나태주 시인께서 딸인 나민애 교수에게 방을 만들어주며 하셨다는 말씀.


“여기는 고치야. 너는 나비가 되어서 나올 거야.”


나도 딸에게 방을 만들어주며 그런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고치를 지어주고 싶다.

그 안에서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기를.


디스크가 터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그래서 아주 천천히.

나는 지금, 아이의 방을 단정하고 정성스럽게 꾸며주고 있다.


단정하고 안전한, 내 딸의 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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