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콘서트

by 서담

샤워할 때 내가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2박 3일 다른 지인들과 함께 잘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말해줘서 알았다.


“너는 샤워하면서 무슨 노래를 그렇게 불러?”


그 말을 듣고 난 후로는 샤워할 때 내가 노래를 부르는지 의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부르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부르는 게 아니라 욕실의 에코를 힘입어 열창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8살 난 우리 아들이 나랑 똑같이,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샤워하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욕실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의 목소리. 정체불명의 자작곡. 처음엔 웃음이 났다. 도대체 누구 닮아서 저렇게 부르는 거야? 싶었는데, 나였다. 내가 그랬다.


어쩌면 이건 유전자보다 더 정직한 ‘생활습관의 유전’ 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내가 가르치지 않은 것까지 배운다. 무심코 흘린 말투, 자주 쓰는 표정, 손동작 하나까지 닮아간다. 그리고 결국, 욕실에서 노래까지 함께 부르게 되는 사이.


아이와 함께 살다 보면 잊고 있던 내 모습을 거울처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어릴 적 나도 욕실에서 그렇게 노래 부르며 상상의 무대를 꾸몄던 기억이 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무대. 샤워기 헤드는 마이크가 되고, 물소리는 박수가 되었다.


아들의 열창을 들으며 오늘도 나는 혼자 웃는다. 세상에 이런 콘서트가 또 어디 있겠는가. 티켓도 없고, 무대 장치도 없지만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분명하게 닮아가는 중이다. 우리 모자의 욕실 콘서트.

작가의 이전글『천개의 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