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낭만

by 서담

며칠째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열대야 때문인지,

너무 더워서 못 참고 마신

늦은 오후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때문인지.


남편도 요즘 나처럼 뒤척인다.

잠든 남편 얼굴을 보면, 그렇게 짠하다.


불편하게 엎드려 자길래 돌아누우라고 했더니

잠결에 돌아누워 잔다.

그러다 다시 깨어보면 또 엎드려 있다.


곤한 얼굴과 흘러내린 배가 애잔하다.

하얘서, 순두부 같다.


남편이 인스타그램 DM으로 영상을 하나 보냈다.

나이든 부부가 서로 장난도 치고,

춤도 추고, 함께 걷는 장면이 이어졌다.


“우리도 이렇게 나이 들겠지.”


“응. 근데 오빠가 나보다 오래 살아야 해.

오빠는 나 없어도 잘 살 것 같은데,

나는 오빠 없으면 하루도 못 살아.”


이런 이기적인 당부를 한다.

그게 뜻대로 되겠냐마는.




더운 날씨에 바깥을 조금만 걸어도

땀으로 금세 젖는다.


이런 날,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공사장 근처를 지날 때면

야외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는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서로 도우며 살아도 버거운 세상인데,

서로 미워하고 이용하고 죽이는 이유는 뭘까.

이런 생각도 했다.




대학 시절, 어느 여름밤.

노천극장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본 적이 있다.

우리 학교 연극 동아리의 공연이었다.

연극 동아리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나는 왜 그런 낭만적인 동아리에 들지 않았을까.

내 친구는 천문 동아리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별 보러 다니다가 결혼까지 했는데.


나는 기독교 동아리였다.

대학 4학년까지 연애가 금지였다.

몰래 연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곧이곧대로 규칙을 지켰다.


누군가 고백하면,

“4학년 되면 연애할 거예요.”

그랬다.

상대가 듣기엔 얼마나 가당찮았을까.


그래도 그날, 그 노천극장에서의 기억은

내 젊음에 손에 꼽을 만큼 낭만적이다.


그날의 습도와

풀벌레 소리,

여름밤의 향기를

잊지 못하고 있다.


기억이 미화된 탓일까,

기후 위기 탓일까.

요즘 여름밤은 별로 낭만적이지 않다.

더 덥고, 더 습한 것 같다.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릴 것 같다.


여름밤의 낭만을 다시 찾으려면

무엇을 해봐야 할까.


아이 손잡고 별 보러 나가볼까,

남편 손잡고 천천히 걸어볼까.

순두부 같은 사람과,

순두부 같은 밤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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