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오프닝처럼

고민(고통)의 능력.

by 봄작

엔딩 크레디트가 올랐는데 이제 시작되는 것 같은 영화 객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고 난 뒤에도 나 홀로 일어나기 어려운, 그런 영화가 종종 있습니다

아주 어둡거나 우울하거나 혹은 납득이 안 되는 분노의 감정에 끝인 경우죠. 2010년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이 그랬습니다.

하나 종국엔 아름다웠죠. 그래서 천천히 극장을 걸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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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런 까까머리 풋풋함을 보기 어려울 대배우 이제훈 박정민 그리고 그때도 너무 진지한 눈빛 조성하가 자기 생애처럼 연기했던 영화 <파수꾼>이올시다 잘 끌어서 잡아 지켜준다는 말 파수把守를 애정하는 이유만으로 갔던 극장입니다.

저예산 독립영화, 신성감독 배우들이란 말은 당연히 끌렸고요. 엄청나게 어둡기만 했던 건, 사내들의 사춘기 여서일까요. 지금도 그들의 끝을 정하지 않은 방황과 처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방황, 치유되기를 희망하지 않는 방황을 공감하지 못하지만 근저에 깔려있는 부조리는 뭔지 알 것 같은...

"니들도 나처럼, 당신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고뇌하며 성장했구나..." 생각돼서 마음 아팠던 영화

기자가 감독 윤성현에게 "그럼 당신을 지켜주는 파수꾼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누구냐고 하지 않고 무엇이냐고 물어본 기자의 독해력에 한 표!!

감독 윤성현은 "그저 누가 더 많이 고민하는가의 문제, 고민이야말로 영화를 하는 내게 가장 큰 믿음"이라고 했습니다

"평생이 고민이다" "인생 고민 없이 어찌 살겠나"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민"이라고 읍소하는 남자들의 영화가 그래서 이해됐고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나는 나만 25시간 366일 넘치도록 방황하는 줄 알았으니까요. 가끔씩 그 생각의 두통이 극에 달하면 어떻게 머리를 씻어낼까 냉동고를 찾기도 했는데 말이죠. 좋게 생각하자, 지금 난 고심의 여정을 걷는 님프일 거야.. 억지로 위로하곤 했습니다.

니체가 그랬지요. <어느 날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하여 자부심을 느끼며 우리가 거쳐온 긴 여행길을 가리킨다. 하지만 우린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어느 곳에서나 집에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

"덕분에 그 먼 길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착각하고 오해하고 망각해서 내가 헤매고 있다는 것, 삶은 여행 중이라는 것, 하여 심신이 외박 중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게 오늘은 다행이고 다복이라 믿어봅니다. 소년들의 10대처럼 그 누구도 지켜주고 그 누구도 지켜줄 수 없는 방랑 중이라도, (적어도) 우린 스스로를 어느 정도 수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신경림의 시 <당당히 빈손을> 조금만 읽어봅니다,


버렸던 것을 되찾는 기쁨을 나는 안다.

이십 년 전 삼십 년 전에 걷던 길을

걷고 또 걷는 것도 그래서 이리.


(.. 하략) Bomn박정민, 서준영, 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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