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오프닝처럼

구멍 난 가슴에 빵구난 등짝에

by 봄작


언제, 어디서 이렇게 뼈가 시리게 육화 되는 대사를 들었을까요 "등에 구멍이 날 만큼 미안하고 허전하다"라고..


Signal ↗↘


M: 이정선-외로운 사람들


잠시 조숙했던 어린 날 어떤 아줌마(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는 듣고서 "이다음에 커서 꼭 다시 들어야지" 했습니다. 어린애 눈에도 어른의 버텨낼 수 없는 설움이 느껴졌고, "지금의 명랑한 나도 겪게 될 감정"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혹여 중년에 대한 각오가 필요했다면 이 노래였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리메이크될 수 없는 노래 <외로운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가장 빼어난 메타포라 여깁니다.

라디오에 신청하거나 음반을 쟁여놓지 않고, 꼭 우연히 (걷거나 지쳐 앉거나 산행중일 때) 들어야 눈물 나는 노래.

이정선 아저씨는 어쩌다 이런 노래를 짓게 되었을까. 아마도 강승원이 서른 즈음에를 지은 것과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명곡의 탄생이 으레 그러하듯이 말이죠.


"늦은 걸 아는데 그래도 용서해 줘" 말하며 내리는 봄비를 밤새 구경하다 "내일 아침엔 대지가 지랄 맞게 발광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우울한 시인이라도 <봄>을 노래한 작품은 꼭 한 편씩 상재합니다. 아무리 생이 지루한 인간도 <봄>을 느끼고 <봄> 타죠. 그것이 봄이 지닌 전염성이자 중독이고 매독입니다.

허영자 시인이 갈파한 것처럼 "창궐하는 역병, 죄에서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 난다, "는 그 봄날 말입니다


봄에 태어난 생명체에게 지어주면 좋을 이름 눈치嫩草. 생애 누군가 나에게 아기 이름을 자문하면 꼭 들려주고픈 "새 순이 눈으로 터서 나온 풀" 눈치.


첫눈처럼 첫 봄비도 1년에 한번일 것을. 그것이 어젯밤이었다면 시인 강미정이 <불룩한, 봄> 마지막 연이 압도적입니다.


<상략...


그래서 봄만 오면 바람이 단가, 살갗이 툭툭 갈라지며 저렇게 꽃이 피고 몸속, 지울 수 없는 무늬가 지는가, 배가 불룩해지는가,

목이 메어왔다


산더미만 한 배를 안고 다리가 퉁퉁 부은 임신중독증의 그 여자가 신발 밑창 자르는 일을 부업으로 한다면서 끓여 내오던, 그,

야, 배고프면 잠도 안 오잖아, 물기 고인 눈으로 웃던, 그, 봄,>


강미정의 시도 이정선의 노래도 눈초리는 이름을 주고 싶은 임산부 친구와의 우정도 1년에 겨우 한 번일 것이라는 ("그래서 봄비는 징그럽게 중요해") B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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