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오프닝처럼

영원하기도 한.

by 봄작

소비기한이 없는 식재료가 있다면 선도가 떨어진다는 의미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날 우린 단맛이 좋고 달달한 마음을 희망해 설탕이 되고 싶었습니다. 부패하지 않아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는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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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화학적 구조와 미생물이 존재할 수 없는 건조함과 선천적인 방부성 때문에 설탕은 마지노선이 없습니다. 영원히 상하지 않죠. 그래서 종종 세균을 억제시키는 역할로도 출동합니다.

그런 설탕의 매력 덕분이라도 우린 꿀물보다 인간적이고 달큼한 설탕에 충실했는지 몰라요. 있는 대로 설탕옷을 입혀야 제맛인 꽈배기 도넛이나 핫도그처럼..

얼마 전 실로 몇 십 년 만에 설탕가루를 입혀서 주는 길거리 핫도그를 먹어봤습니다. 물론 옛맛 아니고 물론 기대치 벗어났지만 잠시 지나온 시간을 복귀하게 됐죠.

어떤 이유에서든 과거를 떠올리는 건 지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핫도그를 들고 생각했던 날 중엔 다디단 것들이 있더라고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준 우유를 마시며 "설탕과 계피가 섞인 것 같아"라고 했던 클라라.

스위스 우유는 그렇게 대단하가 싶어 알프스에 도착하자마자 마셨던 우유. 그 우유에서 설탕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세상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낭만의 꿀은 맛보았죠.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는 설탕봉투를 들여다보면서 "축복받은 신의 선물"이라고 했던 학창 시절의 소녀들처럼 여전히 편의점 곳곳에선 온갖 당분을 섭취하며 까르르 거리는 친구들이 꽃밭인양 화사해요


그 샷을 극장 스크린처럼 쇼윈도 건너에서 바다보다 그만, "이 찬란하다는 계절이 왜 낙목한천처럼 느껴질까" 싶었습니다. 뭐 어때요 어떻게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같은 계절의 같은 날씨를 공유하겠습니까. 빛과 어둠은 한 끗 차이인 것을. 곧 좋아지겠죠. 곧 설탕 같이 영원한 추억의 알프스 우유가 생각날 거예요. B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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