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오프닝처럼

헐크가 되고픈 저녁

by 봄작

내가 너그럽지 못해 분노가 키워지고, 내가 따뜻하지 못해 슬픔이 커져간다고만 생각하진 않기. 그러면 종일 힘겹게 움직인 마음에게 미안한 일.

저녁빛이 내리는 시간만큼은 한껏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사람이 돼보기. 이 또한 중요한 일과가 아닐지요

Signal ↗↘


M:김윤아- 봄날은 간다


가수 이문세가 말씀하시길 "내 노래 좀 그만 리메이크하라"라고.

이영훈이 이문세만을 떠올리며 이문세에게 주려고 만들어 이문세가 부른 노래는 그만의 것이니, 그 색조와 발음과 속도와 호흡의 무게를 누가 따라 할까요.

나미의 슬픈 인연을 나미의 노래로만 듣고픈 것처럼, 세상의 많은 노래를 오리진으로 듣고픈 게 저녁 시간입니다. 저녁만큼은 좀 제자리로 옛것으로 자연스러웠으면 해서요.

이런 소심한 분노가 차오르는 것도 나의 부덕인가 생각하다, 세상 탓을 해보기로 합니다.


늘 아름다운 마음만 서정해 놓는 이기철 시인처럼 착해질 순 없지만, 누군가의 오랜 오리진을 들으며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시인의 정서를 여러 번 읽어보는 것도 치료지요.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하략...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그럼 생각이 좀 미온적으로 변해요. 헐크로 변하기 전 늘 "나를 화나게 하지 마세요.."라고 독백했던 주인공처럼, 딱 거기까지만 화나고 슬프고 외로울 때 (그럼에도 봄날은 간다) B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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