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도 소진되지 않는
육신이 노쇄해 죽어 가는 게 아니라 호기심이 바닥나고 마음이 닳고 그리움도 추억도 사라져 아무것도 생각하고픈 게 없는, 그런 저녁에 우린 생을 마감하는 게 아닐지.. 걸음조차 떼기 힘들 만큼 병중환인 노인이 사과 한 봉지를 사들고 가십니다. 그 뒷모습에 얼마나 용기를 얻었는지. "나도 저런 지경에 저런 입맛이 남아 있었으면.." 가볍게 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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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청춘에 관해 <사무엘 울만>이 직설하기를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이고
비탄이 얼음에 갇힐 때
스무 살이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을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숨이 끊어진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온갖 미디어가 관종을 자처하며 기발한 관찰 카메라로 예능의 시청률을 올릴 때마다, 오디오의 무한 순수를 배신하고 '보이는 라디오' 같은 저질 커뮤니티를 전염시켜나갈 때마다 "참말 싫다" 했지만,
현대인들이 고령화되고 건강해지는 비결이 어쩜 그런 무지막지한 관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살아생전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 것 같아 단명할 수도 있으나, 그예 호기심이 삶의 핵심이라면 바다로 가보려고요.
산보다 들판보다 하늘 끝자락바다 훨씬 많은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바다는 언제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공포가 아니라 적당한 두려움 그래서 바다는 갈 때마다 호기심이 커지죠.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를 보고 바로 찾아갔던 캐리캐리. 석 달을 살면서 바다만 바라보았다는 사랑에 빠져 소생했다는 캠피언의 말처럼 소름 끼치게 적요했던 오클랜드 서쪽 Kare kare beach
바다 가운데 놓여있던 아이다의 피아노처럼 두 손을 뒤로 조아리고 캐리캐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저녁이 새벽이 되는 것도 모르겠던 그 마력이 오늘은 필요해.
파도소리만 듣다 잠이 들거나 바다만 보다 눈망울에 핏자국이 서린 적 있었봤나, 그런 몰입이 우리 청춘의 힘이었다는 것을. 고령 운전자의 나이가 돼서도 배낭을 꾸릴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Bo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