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게 하소서, 아바나.
아마존 사람들은 하루 종일 내리는 비를 <여인의 비>라고 부른다죠.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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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지극한 직설법이지만 옛 궁궐에서는 눈물을 안수眼水라 했습니다 눈에서 흐르는 물. 오직 눈으로만 말하는 마음의 샘물, 안수.
울음이나 웃음은 완벽한 본능이지 않나요. 몸이 표현하는 직설법이죠. 그러니까 그만 울어라 웃지 마라 같은 말은 할 수 없는 것. 행여 그 말 끝에 눈물이 멈춘다 한들 억지로 잠가버린 수도꼭지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 수많은 뮤지션들이 울지 말라는 노래를 불러대는데, 말이 되냐고요. 어제 오프닝곡으로 했던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처럼 눈물이 흘러서 내 처지를 알고 연인과의 물리적 거리를 감지하는 것.
그러니 울음은 얼마나 무궁무진한 내면인 것인지.
쿠바 아바나의 내 숙소는 말레콘 해변 끝이었습니다. 중천의 해님 같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올드 아바나까지 걸어가서 중천이 사라지는 노을을 등에 지고 돌아오면 가난한 밤의 부유한 아바나가 기다리고 있었죠.
걸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라면처럼 곱슬거릴 듯 타오르지만 방파제 길은 (그럼에도) 바다의 포말 덕분에 뜨거운 줄을 모릅니다. 그 어디서도 우는 얼굴을 만난 적 없고 얼굴 찡그린 사람을 마주친 적 없어 이게 실화인가 싶었습니다.
슬픔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영화 같은 도시, 영화보다 더한 역사, 영화를 능가하는 음악. 그들 중 한 사람이 가르쳐 준 "가장 맛있는 모히토는 꼭 아바나 클럽 3년 산을 넣어서 만들어야 해"
그러 알려준 럼주 아바나 클럽 3년과 민트 잎과 라임 주스와 스파클링 워터가 오늘 자 장바구니이고 싶어서, (여기선 가당치도 않을 메뉴인 줄 알면서도) 채비를 해봅니다. 술도 못하고 칵테일 조제도 못하지만, 아무리 다르쳐도 멈추지 않는 여인의 눈물처럼 눌러도 눌러도 요조 해지지 못하는 배낭을 쥐어박으면서 오늘은 여자비가 내리네, 여자비가.
또한 얼마나 많은 아마존의 빗물 같은 네버엔딩스토리를 안고 오늘 하루를 꾸려갈까. 잊어지지 않고 회복되지 않고 나아지지 않고 행복해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에 봄볕을 쪼이면서..
연암 박지원이 열하에서 서정시처럼 토해 낸, 한 구절이 명구로다, 오늘은.
< 멋진 울음 터로구나. 크게 한번 울어볼 만하도다! (...) 천고의 영웅은 잘 울었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네.>
Bo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