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투고 이야기, 두 번째라 쉽다고? 흥칫뿡
두 번째 책을 위한 초고가 작년 10월쯤 완성이 되었다. 완성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질적 측면에서 민망하지만, (어느 작가님의 표현으로 초고는 원고가 아니다.) 일단 분량을 채워서 썼으니까! 무려 반년을 묵힌 끝에 시작한 출간의 여정. 숙성의 시간만큼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으면 좋으련만. 원고를 썼다는 기쁨, 휴직 후 마냥 놀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첫 책은 처음이라 몰라서 어려웠으니, 두 번째는 좀 나을까 싶었는데 웬걸. 밥을 먹거나, 옷을 입는 것처럼 꾸준히 반복하는 일이라면 몸에 베여 술술 하게 되겠건만. 아예 처음이면 빠짝 긴장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기웃기웃 열심히라도 했을 텐데.
어설프게 공부하고서는 시험 준비를 마쳤다고 의기양양했는데, 막상 펼쳐진 시험지를 보고 당황한 학생처럼. 다시 낯설고 험난한 투고의 길에 들어섰다.
내 원고는 나에게만 소중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도저히 책으로 출간하지 않고서는 안될 사명을 띠고 있을 뿐, 출판사의 편집자에게는 그저 하루 수백 통 메일로 접수되는 파일에 지나지 않는다. 짐작건대 기획서가 아닌 원고 파일을 클릭해서 개봉될 확률은 아마 열개 중 하나, 혹은 수십 개 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에는 '내 책'을 갖고 싶은 사람, '글쓰기'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책 출간만을 목표로 하는 유료 강의와 모임도 있을 만큼. 수업이 끝나는 날 = 단체 투고의 날. 수많은 수강생이 일심동체 노하우로 전수받은 이메일 리스트를 기반으로 수백 개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낸다.
글쓰기를 향한 노력과 내 책을 갖고자 하는 열망은 소중하다. (나도 그러니까) 편집자들이 최소한 다른 출판사 메일 주소를 포함한 단체 메일은 지양해 달라고 할 만큼, 그렇게 수많은 메일이 투척된다.
여하튼 대입을 버금가는 치열한 출판 경쟁의 현실. 그 와중에 소중한 내 원고가 세상의 빛을 보게 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 계약 후 글을 쓰시는 유명한 작가님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점을 미리 밝힌다.
여하튼 그래서 민낯의 날원고로는 투고가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은 하다. 메일을 보내는 건 글 쓴 사람 마음이니까. 다만 가뜩이나 높지 않은 채택 확률이 더더 낮아질 뿐.
수십 장의 원고 내용을 아우르면서,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핵심만 쏙 뽑아서 녹여낸 기획서가 필요하다. 무수한 투고 원고 중에 편집자의 눈길을 확 끌게 할, 일명 후킹의 요소도 군데군데 필요하다. 아, 이 또한 문장력이 월등해서 원고 한 줄을 보는 순간 '이거야!'라고 하는 작가님들 제외.
나는 그저 글쓰기를 전공한 적도, 배운 적도 없고, 문과임에도 공대를 나왔냐는 소리를 종종 듣는 평범한 사십대 여성이기에. 어떻게 해야 편집자님의 마음을 잡아끌지 고심하며 기획서를 썼다. 사십 평생 한 번도 누구 꼬시려고 애써본 적이 없는데. 심지어 이십 년 직장생활에서도 하지 않은 플러팅을,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일단 대놓고 들이미는 이 작업이 낯설고 어렵지만. 너를 위해 한다. 나의 소중한 원고야.
단어를 고심하고, 표현을 바꿔본다. 저자 약력은 넣어야 할까? 자서전 같을까? 약력을 고민하다 보니 왜 이렇게 적을 말이 없는지. 마음에 두고 있는, 짝사랑 같은 모 출판사 편집자님 취향에는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원고는 답장도 없이 퇴짜를 맞았던 아픈 추억) 이 말이 그 말 같고, 그 말이 이 말 같은데. 그렇게 채 세 장이 되지 않는 기획서를 몇 날 며칠 쪼물딱 거렸다. 그러다 결국 '아~ 몰라 몰라' 그냥 이대로 할래.
하긴 한때 회사에서는 One Page, 일명 한 장 보고서 스타일이 대세였다. (챗GPT가 알아서 요약해 주고 정리해 주는 지금은 마치 농경시대 같은 느낌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수많은 관련 자료와 이메일, 회의록들을 뭉뚱그려서 줄이고, 자르고, 바꾸고, 그렇게 며칠을 씨름하다 보면 결국 더 이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된 거다. 난 이미 최선의 노력을 한 거니까.
여하튼 그렇게 얼레벌레 기획서는 완성(이것도 완성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나 심히 고민이 되지만).
원래 투고 이야기로 한 꼭지를 쓰려고 했는데, 기획서로 이렇게 많은 말을 주절거리게 될 줄이야.
그 뒤 투고 이야기는 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