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북토크 이야기
일주일 전 이맘때 생에 두 번째 가득한 꽃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즐거움과 감동에 취해 헤어 나오지 못하며. 후기를 정리하는 순간 마치 여운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마음에 차마 글을 쓰지 못했다. (엄청난 후기도 아니고 이렇게 끄적거릴 것을 일주일이나 걸렸냐고 핀잔을 들을 것에 대한 감성+불쌍 버전의 핑계다ㅎㅎ) 이제는 사그라들었지만 싱그럽던 꽃잎을 떠올리며 행복한 순간을 기억해 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북토크인데, 막상 날짜가 잡히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첫 책은 '유방암 투병'이라는 명확한 키워드가 있었다. 참석자도 대부분 암 환우나 보호자였다. 이번에는 '암경험자의 사회복귀'라는 키워드는 있지만 머리에 띠 두르고 구호를 외칠 것도 아니고...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한참 고민 끝에 깨달았다. 내가 전하고 싶고 사람들이 듣고 싶은 건 암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라는 걸. 출간을 축하하고 응원해 주는 이들과 오붓하게 담소를 나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먼 길 오시는데 감사한 마음을 담고 싶었다. 나는 준비하느라 바쁘니까(?) 엄마와 딸이 맹활약~
참석하신 분들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알록달록 수세미 ♡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최고의 기념품이라 칭한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생각나겠지? 므흣
어느새 소잉 수강 경력 5년 차인 딸에게 처음으로 작업을 의뢰했다. 생각보다 정성이 많이 가서 북토크 전날 새벽 1시까지 아이는 미싱을, 나는 실밥을 다듬는 상황이 펼쳐졌다. 우아하게 사전 리허설을 하겠다는 계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만 그만큼 정성을 한가득 담았다. 마지막으로 나의 시그니처 '매일 해피엔딩' 장착 완료! 날씨가 추우니까 핫팩, 간단한 간식도 살포시.
첫 번째 북토크처럼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주접을 떨게 되나 고민하던 찰나에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한승이 작가 (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로 명문대 진학하기 > 저자) 님. 덕분에 사회자님이 묻는 질문에 조신하고 엘레강스하게 대답만 할 수 있었다. 감사 감사!
두근두근, 긴장 때문인지 잠을 설쳤지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부산스레 출발 준비. 주말 상경에 운전이 살짝 겁나지만 선물이랑 짐 때문에 조심조심. 중간에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잠시 식은땀을 흘렸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북토크 장소는 상수동 카페거리의 오케이어맨션!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핫플 느낌이 폴폴 난다. 예쁜 장소에 포스터에 현수막까지 준비해 주신 출판사에 다시 한번 감사 감사!
짧은 동영상이 포함되어 있어서 미리 체크하고, 기념 선물도 세팅하고, 틈틈이 책방 구경도 했다. 크지는 않지만 오밀조밀 사장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느낌이 난다. 소규모 북토크에 어울리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공간이라 참석하신 작가님들도 탐을 낸 건 안 비밀~
애정하고 좋아하는 '나의' 출판사 (나의 라고 붙여도 되죠??) 샘터에서 영업 부장님, 편집자님, 마케터 두 분까지 무려 네 분이 출동하셨다. 황금 같은 직장인의 휴무 일요일 오후에 너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한 권이라도 더 팔아야겠다 결의를 다질 수밖에 없다!! 아자아자!
막간을 이용한 깨알 홍보
여러분 떡 말고 책 사세요~~~ : ) 좋은 일에 지분을 듬뿍 얹어 드립니다. 인세 수익은 전액 소아암 어린이 치료에 쓰이거든요. 따뜻한 마음을 한데 모아 새해 힘차게 시작하시도록 연초에 기부 인증할게요!
처음은 지금 이 자리의 시작이자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 암 진단. 인생의 깜짝 이벤트를 받아들이고 지에 오기까지의 여정. 물론 이전의 치열하게 달렸던 삶도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지금의 나와는 너무 달라 보이는지 사회자님이 정말 이런 사람이었냐며 친구에게 검증까지 마쳤다.
진단 - 수술 - 항암 - 방사로 이어진 치료, 그 시간 속에 나와 가족과 주위 사람들. 북토크 참석자분들께는 특별히 나의 툼레이더 여전사 룩(배액관 장착)과 박미선 언니 뺨치는 멋진 민머리 셀카를 공개했다! (궁금하죠? 그러면 다음 북토크 때는 꼭~ 오셔요^^)
치료는 마쳤지만 공허함과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책쓰기. 첫 책 출간. 한 달 뒤 사회복귀.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지만 Don't Worry. Be Happy! 라며 앞으로 돌격~~ 했지만 바로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져서 우주를 떠도는 외계인 같았다. 다시 시작된 기록과 두 번째 책쓰기와 출간.
버라이어티 한 5년을 잡아준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소중한 일상과 뒤늦게 깨달은 '나'의 소중함이었다. 그걸 깨닫고 알아가는 여정의 바탕에는 글쓰기가 있었다. 블로그에 끄적인 글이 두 권의 책으로, 또 지금 이 북토크까지 이어질 줄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삶은 계획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이렇게 깨닫는다.
지금의 삶과 행복. 내가 참 좋아하는 단어 행복. 빠질 수 없는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 오래 참고 기다려야 이룰 수 있는 것보다 내 주위에서 내 눈으로 찾을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느끼고 즐기기. 한편으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삶이니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그래서 언제나 외친다. 매일 해피엔딩!
말하는 순간 삶이 행복해지는 마법의 주문 "오늘도 선물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를 매일 아침 읊조리면서.
작가가 고른 문장. 실은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는 후기가 많았다. 어떤 시련에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살아내고, 그 안에서 즐거움과 감사함을 찾으며 다시 살아가면 된다. 그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감사하고 기쁘다.
(작가가 고른 문장)
시련을 겪은 후 삶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로 살아가는 것.
사라진 것에 아쉬워하기보다 남은 것에 감사해야 한다.
정신이 없어 미처 전하지 못한 출판사 샘터에 대한 감사 인사를 뒤늦게 글로나마 남긴다. 엄마의 이십 대 시절 배움과 글쓰기에 대한 동경을 담은 출판사다. 그 샘터에서 딸이 책을 낸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하셨다. 늘 응원해 준 엄마, (말은 안 하지만 응원한다고 믿는) 남편과 아이들, 먼 길 축하하러 와준 오빠와 올케언니 조카까지.
무명작가에게 기회를 준, 샘터와의 오작교가 되어준 류다경 편집자님 감사합니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출간 계약 제안하는지도 모르고 어리바리 그저 연락 온 거에 기뻐서 미팅에 갔더래요. 무명작가가 큰 출판사에서 투고로 출간을 하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알기에 그저 감사 또 감사합니다.
출간 기회뿐 아니라 참고도서에 친절한 가이드를 한가득 보내주셔서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귀한 인텐시브 글쓰기 훈련까지.... 무엇보다 작업을 하면서 암경험자라는 틀에 갇힌 사고가 확장되어서 일의 의미, 이후 삶의 방향까지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글은 작가가 쓰지만, 책은 편집자의 손에서 태어난다는 말을 깨달은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귀한 시간 내어 제 이야기를 듣고 함께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요. 제 작은 이야기가 글로, 책으로 누군가와 만난다는 건 늘 신비로워요. 책이 연결고리가 되어 직접 만나서 눈 마주치고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도요. 앞으로도 이런 행복한 경험이 계속되기를 바라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브런치 멘토 류귀복 작가님은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펜을 듭니다'라고 했는데, 저는 '꽃을 받기 위해 펜을 듭니다'라고 할까 봐요. 북토크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많은 꽃과 선물을 받을 일이? 행복한 기억 오래오래 간직할게요.
*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다 적으면 다음 북토크 때 안 오실지도 모르니 여기까지만 : )
온라인이나 다른 형태로의 만남도 가져볼까 생각 중이에요. 실은 책이 나오면 일명 <지금 만나러 갑니다> 프로젝트로 전국 어디든 달려가려고 했는데 조금 늦었어요. 힘든 시기에 응원하고 도움 주셨지만 얼굴 뵙고 감사 인사드리지 못한 분들을 꼭 만나고 싶거든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