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이후 이어진 뜻밖의 만남들
작년 연말, 행복했던 북토크의 설렘을 가득 담아 글을 남겼다. 그런데 그 뒤로 예상치 못한 긴 잠수가 이어졌다. 엄마가 갑자기 다치셨고, 간병과 돌봄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24시간 밀착 케어는 아닌데도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글쓰기와 멀어졌다. 작년 말 마지막 글에서 일단 뭐라도 쓰라고 그렇게 부르짖고서는 참 얼굴이 화끈 거린다. 그럼에도 그 와중에 큰 교훈을 얻었다. 바로 하루, 이틀, 일주일 쓰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쓰기가 어렵다는 것.
여전히 두 집 살림을 하며 매일 엄마를 돌보고 있지만, 다행히 힘든 시기를 지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두 번째 책의 씨앗이 되어준 브런치. 엄마가 조금씩 회복될수록 '다시 돌아와야지'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쓰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오랜 게으름의 후유증으로 어느 날은 작심하고 창을 열었음에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긴 공백에 대한 다소 멋쩍은 변명은 여기까지...
그래도 삶은 가끔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은 선물을 건넨다. 책이 나온 이후에도 그랬다. 본론으로 들어가 <책이 선물한 마법 같은 순간들>, 글쓰기에 진심인 브런치 작가님들이라면 가슴이 콩닥거릴 만한 제목이리라. 비록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는 베스트셀러는 아니어도, 그저 하나하나 쓴 글이 책이 되고 누군가와 책에 대해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런데 그 뒤로도 깜짝 선물처럼 마법 같은 순간들이 펼쳐졌다.
암경험자의 경제활동과 사회복귀를 돕는 기업 <암뮤니티>의 암히어로 인터뷰
암경험자로서의 삶, 그리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마치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고 버벅거린 게 아쉽기도 하지만, 2030 청년 암경험자들에게 작으나마 응원이 되면 좋겠다.(다음에 다시 기회가 있다면 카메라를 정면에 바라보아야 한다는 경험치도 획득했다.)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 기사 '암 치료 이후 나의 삶은'
긴장했던 잡지사 첫 대면 인터뷰, 직전 호에 <널 보낼 용기>의 송지영 작가님이 나오신 그 잡지에 내가 나오다니! 때맞춰 홈페이지에서 무려 한강 작가님 사진 밑에 붙어있길래 옳다쿠나 캡처해서 박제해 두었다. 다시 봐도 영광스럽다. 나의 책 두 권을 모두 읽고 블로그도 확인하시고 촘촘하고 깊이 있는 질문으로 따뜻하게 이야기를 이끌어주신 서경리 기자님. 인터뷰 후에는 이런 멘트로 감동을 선물해 주셨다.
"모쪼록 이번 인터뷰가 암경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작은 날갯짓이 되길 바랍니다."
작은 목소리지만 관심 갖고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어서 참 고맙다. 누군가는 '굳이 그렇게까지 힘들게 해야 해?'라고 묻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것 같다. 그게 꼭 나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니어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기사 링크)
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5676
헬스조선 <아미랑> '암 극복하고 작가 된 17년 차 대기업 부장'
암 환자로, 암 경험자로 도움을 많이 받은 헬스조선의 암 환우와 가족을 위한 무료 콘텐츠 <아미랑>. 예전에 고잉온 콘서트의 서희태 지휘자님을 인터뷰한 그곳에서, 독자가 아닌 작가로 만난다는 게 기분이 묘하면서도 뭉클했다.
암 진단 후 먼저 경험하고 잘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동경하며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어느새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신비롭고 감사할 따름이다. 기사 내용 중 설명을 조금 보태면 나는 아직 의학적으로 완치 상태(5년)는 아니다. 올해 예정대로 졸업을 하면 기사 내용대로 되는 거니까 굳이 수정하지는 않기로.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는 환우분들과 보호자 분들께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6/02/02/2026020203458.html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인세 수익 기부 & 인터뷰
책에 담아준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서 정성스럽게 전달했다. 사심이지만 '인세 수익 나눔'이라는 인생 버킷리스트도 이루게 되었다. 소아암 어린이들도 치료뿐 아니라 이후에 긴 인생을 암경험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고민이 있다고 한다. 많은 암경험자가 잘 살아가고, 사회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바라본다면, 아이들이 커서 마주하는 세상은 좀 더 따뜻하지 않을까? 감사하게도 책의 취지에 공감해 주신 관계자분들 덕분에 소중한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좋은 일은 조용히 해야 하지만, 함께 해주신 분들의 마음을 전달한 거라 알려드리고 싶고, 또 더 많이 알려지면 더 많은 친구들을 도울 수 있다는 욕심도 내본다.
https://childhoodcancer.or.kr/cckstory/?idx=170146389&bmode=view
유방암 경험자분들과 함께한 <웰니스리트릿 미니 북토크>
'아'하고 말하면 '어'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전우 같은 사이이기에, 시간은 짧았지만 농도는 진했다. 리트릿 연구 결과 공유회를 겸한 자리였기에 식이 운동 마음관리에 대한 결의(?)도 다졌다. 혼자라면 서글펐을지도 모를 시간은 함께였기에 잘 이겨낸 추억이 되었고, 다시 마주한 찬란한 날들을 함께 그려보았다.
용인 상현 도서관 재능기부 강연 <파도를 지나 만난 삶의 행복>
지난달 도서관 강연, 동료 작가님의 도움으로 좋은 기회를 얻어 북토 크나 암경험자가 아닌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이라 어설프고 떨리고, 실수도 했지만 참석해주신 분들이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마음으로 조금 더 행복해지셨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암정보교육센터 <암경험자, 다시 삶을 써내려가다> (3/31)
19년에는 보호자로, 20년부터는 환자로 긴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두 번째 고향 같은 공간인 분당서울대 병원. 처음 암 진단을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예약한 기억이 여전하다.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는 이곳에서 환자가 아닌 강연자로 암경험자와 환우, 의료진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멋들어진 성공담은 아니지만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걸어온 이야기를. 혹시 지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막막함에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꿈꿔본다. 서로의 내일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개인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아 홍보에 매진하지 못했음에도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암경험자의 일상 & 사회복귀에 대한 공감, 병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맞닥뜨린 어려움이나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따뜻한 말이 잠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낸 나에게도 힘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책 한 권이 만들어준 순간들은 모두 사람으로 이어졌다. 인터뷰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북토크와 강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결국 우리를 버티게 하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건네는 작은 응원과 따뜻한 시선이라는 것을.
여전히 생생한 매 순간의 설렘과 감사의 느낌을 다시 떠올리며, 이 마법 같은 순간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또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일상으로, 다시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괜찮다, 우리도 이렇게 조금씩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해줄 수 있도록. 나 역시 그 마음을 잊지 않으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다시 써 내려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