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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Marco
Sep 30. 2024
웃음이 정답
오쿠다히데오의 라디오 체조를 읽고
노랑띠와 하얀
띠가 교차하는 하드커버
바탕에 체조하는 사람이 그려진 간결한 표지.
표지만 봐도 살며시 미소가 번진다.
오쿠다히데오가 쓴 책
들
의 애독자다.
한동안 신간이 뜸해서 이제 글 감각이
떨어지셨거나 글쓰기가
힘들어지신 건가
궁금
했는데 책을 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작년 12월, “라디오 체조”라는 책을 책방에서
처음 보았을 때 이 아저씨가 이번에는 또 무슨 내용으로 웃기려나
잔뜩 기대가 되었
다. 당장이라도
책 속에 풍덩 빠지고 싶었지만
거기서 멈췄다.
웃음이 정말로 필요할 때 읽을 생각으로.
단번에 읽고 책장을 덮기에는 아까웠다.
마침내, 지난주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
마음의 병에 걸린 환자들이 괴짜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찾아가 비상식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
어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눈을 반짝이며 책장을 넘
겼
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TV 시청률 의존증에 걸린 방송국 프로듀서, 타인의 규칙위반에 민감하여 과호흡 발작까지 일으키는 회사원,
광장 공포증에 시달리는 피아니스트, 원격수업으로
사회불안장애에 걸린 대학생, 인터넷 주식투자로 벼락부자가 되었지만
컴퓨터만 벗어나면 불안감에 실신하는 데이트레이더 등 특색 있는 인간군상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작가는 독자들이 어느
지점
에서 통쾌함이나 짜릿함을 느끼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출간하는 작품마다 웃음의 코드가 담겨 있는
걸 보면.
책장을 넘기는 내내 굳어있던 표정이 풀렸다. 어찌 보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황당한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찾아가는 여정은 즐거웠다.
평소에 자주 웃고 지냈던 건 아니지만
요즘
부쩍 웃음을 잃었다는 걸
느
끼고
있
다
.
정말로 웃음이 필요할 때
응급처치를 받은
셈이다
. 더 이상
표정이 굳어지면
안
된다는 처방과 함께.
2개월 전 회사를 나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앞날에 대한 불안과 초조 때문
일 것이다.
일상
이 단순해지니까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오만가지 걱정들이
하나, 둘 튀어
나와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 아직 여기 있어” 하고.
회사 다닐 때는 무슨 고민거리가 있어도
회사만 잘 다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가족과
주변
지인으로부터
위로와 응원
의
말을 들어도 무덤덤
하
다. 이를테면,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가라는
말.
들으나마나 한
영혼 없는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누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못하나.
마음만 먹는다면
오랫동안 회사를 다닌
보상이라
생각하고
물 건너 산티아고로 순례
여행을
떠나거나 제주 한달살이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을 떠나면 무엇을 하든
이벤트일 뿐
.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니까.
살다 보면,
이벤트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달라진 일상을 제대로 세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직도 하루일정을 회사 다닐때 보낸
시간과 연계시키고 있다
.
출근시간에 중랑천변으로
아침산책을 하고 근무시간에
아지트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처럼
일상이 아직
낯설다.
지금 이래도
되나 하고.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다보니
직업병이라도 걸린
걸
까?
어떤 글이든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틈만나면
읽
기
를 미뤄두었던
책을 읽고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생각하고 써보는 건 기본이니까.
지금 제대로
내 길을 가고 있나
불안하고
초조
한
마음에
웃음은
쉽게
찾아오지
않
았
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한 권 읽었다고
얼굴을
떠난 웃음이 다시 돌아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부러라도 많이 웃을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나씩 튀어나오는 고민에 끌려다니지 말고
지금껏 하던 대로
담
담
하게 대처하자고.
글을 잘 쓰겠다는 생각대신
자주 웃는 일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웃
을
일이
생기면 글도 잘 써질
테니까.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웃자. 웃어.
웃으면 복이 온다
는 말을
믿어보자고.
오쿠다히데오
씨! 그렇게 살아가는 게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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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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