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사회

속 이방인

by 별빛

어릴 적, 모두가 잠든 밤에 티비를 켜면 채널을 못 잡은 화면이 지지직거리며 빛났다. 검은 바탕 위로 흰 점들이 폭설처럼 쏟아졌고 모래가 유리를 긁는 소리를 냈다.

그 화면을 오래 보고 있노라면 소음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일그러진 공간에서 서로 엉켜 웅성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건 내가 읽을 수 없는 암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장미를 사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시와 잎을 제거하는 것인데, 나는 꽃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팔려 그걸 잊었다. 예쁜 모습 그대로 병에 꽂아 빛이 잘 드는 곳에 두었다. 시간이 지나 꽃잎은 하나둘 떨어졌고, 완전히 시든 자리엔 가시만 남았다.


주류사회에 속하지 못한다는 기분 탓이었을까.


커다란 과자 한 봉지를 까서 허공을 응시한 채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먹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삼키는 게 과자 부스러기인지 가시 조각인지 목이 막혀왔다. 목을 적셔줄 게 필요했다. 오천 원이 넘지 않는 쓸쓸함을 담은 위스키 한 잔이면 그 뜨거움이 먹먹함을 데리고 내려가줄까.


에픽하이의 가사가 떠올랐다.

‘어서 그 독을 잔 넘치게 따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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