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Apr 08. 2024

공사장 소음이 준 작은 실천

우리 집 앞 공사장

공사장 인근을 지나친 일은 많았다.

큰 장막을 둘러 공사장 분진을 막고

행인들의 안전을 위한 구조물을 설치해 둔.


잠시 그 길을 지나치거나

근처에 공사장이 있어도 내가 우리 집 창문으로 그 현장을 이토록 자세히 본 일은 처음이다.


아파트 근처 20미터도 안 되는 곳에 스포츠 센터랑 레스토랑 등의 시설물들이 있었는데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모두 나간 상태다.

작년 11월 경부터 소문만 무성하더니

철거 작업에 돌입한 게 12월경이었다.


연말 공사가 시작될 때  그중 제일 작은 편의점 건물을 해체했다.

보통 이런 일에는 많은 인부들이 부지런히 함께 작업을 하기 마련인데

고작 두 사람이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콩콩 `거리며

건물을 부수고 있었다.


저건 무슨 경우지?

솔직히 저런 식으로 공사를 한다면  하세월인 데다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수영장에 고인 물도 버리지 않고 녹조가 생기면 소독약을 풀고 ,

또 녹조 생기면 소독약 풀고..

도대체 무슨 일처리방식인지 몰라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 뒤 한동안 공사는 멈춰져 있었다.

음력설을 최대의 명절로 치는 베트남이라 1달 정도  공사현장은 올스톱이었던 것이다.


설이 끝나고  다들 업무로 복귀한 뒤  본격적으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지붕의 철구조물을 떼어내 한 데 모아두었다 실어간다.

벽을 부수기 시작하면서는 소음이 조금씩 커졌다.

그래도 견딜만했다.

이 정도야..

토르의 해머가 아닌 게 안타까울 정도로 작은 해머로 하루종일 벽을 부수고 

유리나 철근을 따로 모아 수거해 가는, 작업장을 보는 `공사멍`도 나름 할만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일 투성이인데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의 작업현장을 내려다보는 게 내겐 약간의 여유를 갖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튀르키예 사람들이 즐긴다는 공사멍.

조금은 이해가 가는 머리비움이랄까.


처음보다 인부들이 몇 배 늘었지만 그럼에도 아주 많지는 않다.

이른 8시경부터 오후 5시가 넘도록 집 앞 공사현장은 하루종일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을 닫아걸고 빨래도 집 안으로.

3~5월은 베트남 건기로  연중 가장 무더울 때다.

점점 더워지는 베트남 날씨 때문에 창문을 닫는 자체로도 집 안 공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해머 작업과 병행해 콘크리트 해체 작업도 진행돼   내 신경을 할퀴는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간다.

그래도 부순 구조물 처리하는 동안은 나름 견딜만했다.

하루 작업 중 60% 이상은  신경 안 쓰일 정도의 소리로 작업해 주는 그들이 고맙기까지.


소음에도 먼지에도 난 자유로울 수 있고 덜 예민한 사람이라는 자평까지 하게 됐다.

나름 순~한 사람이라고.ㅎ


내 착각이었다.

건물 해체와 수거가 어느 정도 진행된 지난  목요일 이후부터가 찐 시작이었다.


건물을 지탱하고 있던 바닥작업이 진정한 공사 현장이었다.

일요일이었고 7시 반밖에 안 되었지만

시작한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다다~


땅을 뒤흔들고

창문이 흔들리고

주말 늦잠도 못 자게 하는, 내 마음도 찢어놓는 커다란 굉음이 시작된다.


바닥의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땅을 평탄화하는 작업은 그렇게 매일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하루 종일 내 머리를 흔들고 있다.


약속이 있던 날은 몰랐다.

집에서 운동할 때도 못 느꼈다.

책을 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소리와 규칙적인 박자감.


최악이다.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고 집중이 안되니 글도 써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버텼다.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라고 흔히들 말하는 대로

싫음 네가 나가!


.... 가 정답일 테지만

계약 기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오늘도 아침부터 땅을 뒤흔들고 있는 소리.

문이란 문은 다 꽁꽁 닫아걸고

예민해져가는 가는 나를 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가 있었다.


`아~~ 너무 덥다. 요즘 베트남` 을 입에 달고 다니는 지인들과 나.

`더위 먹은 것 같다`며 시원한 물만 들이켜고 낮잠도 청한다.


저 밖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이 더위에, 내가 극혐하는 저 소음을 지근거리에서



그들은 하루종일, 더위와 소음과 맞서며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저 고생을 하는데

집 안에서 짜증만 내고 있는 내 모습.


갑자기 조금 미안해졌다.

신경이 점점 예민해진 것도 사실이고

견디기가 힘들어져 어디 피신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땡볕 아래서, 피신처를 염두에 두지도 않고 일하고 있는 그들을 떠올리니

내 투정이 초라해졌다.


내가 본 `공사멍`에선 그들의 땀과 노력은 없었나 보았다.


현실은 생각보다 더 참혹하다.

라고 말들 한다.


창문너머로 본 그들의 작업현장은 그저 부수고 때리고 해체하고 수거하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그 속에 있는 그들의 땀과 고생과 노고는 눈뜬장님처럼 보지 못했던 것이다.


갑자기 미안해지고 내가 부끄러워졌다.



갱년기가 되면서 재테크나 자기 계발 등으로  갱년기를 이겨내 보자는 말도 많지만

사회봉사를 통한 자기 돌봄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남을 위하는 봉사가 나를 위한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말에 실천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랬던 나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기심이 참 부끄러웠다.

누가 누구를 위해 봉사한다는 걸까.

꼭 단체에서 정해준 시설에 가서  행하는 행위? 집을 나서서 앞치마 입고 가식적인 미소로 대하는 봉사?


내가 좀 불편하다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다면 그 불평은 고스란히 내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인 것을.

난 정말 모르고 있었다.

삶의 터전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작은 봉사 하나는 한 셈이다.

거창한 봉사를 하겠다는 맘을 내려놓자 주위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이 보였다.

작은 손길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쓰임새 있게 쓰인다면

나는 작은 봉사하나를 실천한 셈이다.


오늘도 `공사멍`때리며 졸리는 오후를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트남의 봄(?)이라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