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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pr 03. 2024

베트남의 봄(?)이라구요?

4월이 시작된 지도 삼일이 지났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이 없는 일상이라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하더니

너무도 실감되는 날들이다.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 살면서 봄가을은 내겐 없는 계절이었다.

서른여섯 해 동안 내가 본 봄과 가을만이 나의 계절로 남아있다.

미세 먼지가 심하지 않은 푸른 하늘과 흐드러진 벚꽃,

학교 화단마다 노란 봄의 전령 개나리가 한창이었고

붉은 철쭉은 사생대회 단골 소재였다.


해마다 봄이 오면  내 마음은

아파트 단지를 아름답게 수놓던 많은 꽃들에게 달려간다.

그늘 아래서는 여전히 찬 기운이 가득하지만

따뜻한 햇살 아래 봄이 왔다는 걸 크게 외쳐대던

싱그런 꽃들과 아이들.


놀이터에 뛰노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어김없이 봄은 와 있었다.

그렇게 꽃 같은 아이들은 꽃향기 가득한 그곳에서

당연히 누리는 봄을 즐기곤 했다.


베트남의 봄은 없다.

3,4,5월이 봄처녀들 설레는 마음을 대변한다면

베트남의 그 석 달은 찜통더위의 절정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나 저녁 식사할 때 에어컨이 없어도  지낼 만한 다른 달에 비해

견디기가 어려운 시기인 것이다.

앉은 소파 위 패드가 축축해지고

저녁 준비 한 번 하면 녹초가 되고 만다.

내 짜디 짠 땀방울이라도 들어갔는지 국이 짜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더위 먹은 거 같다.

더운 걸 알고 있기에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며 금주도 실천하고 있건만

갈수록 초저녁에 드라마 한 편 보는 것도 힘들다.

왜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아니, 베트남에서의  춘곤증인가?

나른한 잠이  쏟아지는 게 어쩌면 그 봄의 춘곤증을 닮는다.


도로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따스한 햇살에 노곤해져 고개가 절로 왔다 갔다 하던.


엉뚱한 생각에 웃고 만다.

한여름에 춘곤증이라니.......


지인들 카톡을 보고 있으면 대개가 꽃놀이 다녀온 사진이 걸려있다.

흰 벚꽃, 노란 개나리, 붉은 진달래, 철쭉

어딜 가도 사람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즐길 거리가 풍성해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한 모습이다.


그  속에 함께 못한다는 게 아쉽고

나의 중년에 봄이 없었다는 게 서운하게 느껴진다.


가끔 마음이 울적해지고 막연히 누군가가 그리울 때면

봄 햇살 따라 만개한 꽃길 위를 한없이 걷고 싶어 진다.

치열하게 살아온 나의 40대에 봄 향기 가득한 꽃내음을 선물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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