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생각

익숙함을 놓친 낯섦

나와 베트남

by 써니




100세 시대라 하니

적다면 적은 나이

하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기엔 제약이 많이 따르는 나이.


나의 빛나는 청춘기는 먼 이국땅에서

저마다의 열정을 가진 이들과 함께였다.



더운 날씨만큼 치열했고

습한 공기만큼 벗어나고 싶었고

그럼에도 매일매일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던

우리였다.

그렇게 18여 년을 보낸 뒤 처음 내가 그 땅에 들어섰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 땅을 벗어나 귀국하게 되었다.


내 감정이 어떤 지 돌아볼 여유도 많지 않았고 내가 처리해야 할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내 나라에서의 불안함이 염려될 뿐이었다.


출국 날이 되자 여기저기서 톡으로 인사를 전해왔다.

형식적인 안부가 오고 갔고

가방마다 꾹꾹 눌러 담은 삶의 흔적들이 내 지난 시간으로 남았다.

남겨두기 싫었던,

손때 묻은 내 시간들은 손으로 전해지는 무게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제 곧 집을 나서야 한다.

시간이 다가오자

그동안 외면했던 아픔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공항 가는 택시 안에서

남편의 마중을 받으며

나는 인생 후반기의 낯섦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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