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쌍둥이 엄마들이 모였다. 아이들은 한국사 수업에 가고 우리들은 카페에 남아 두 시간의 달콤한 수다를 떤다.
셋은 딸 쌍둥이, 셋은 아들 쌍둥이 엄마다.
ㅡ어제 아들 엄마 여섯이 모였는데, 거기서 얘기하더라고요. 아들 엄마는 컨셉이 있어야 한다고요.
한 아들 쌍둥이 엄마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ㅡ뭔데 뭔데 궁금하다.
다들 바짝 다가앉는다.
ㅡ첫째는 맞짱 컨셉이래요. 아들하고 맞짱을 떠서 이겨야 하는데, 그건 사춘기 때 시작하면 안 되고, 어릴 때부터 시작했어야 하는 거래요. 커서 하려면 힘드니까. 진짜 힘으로요. 어떤 엄마는 아이가 컸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진짜 맞짱을 떴대요. 근데 다행히 운동했던 엄마라.. 아들이 다음부터 덤비지 않더래요.
ㅡ우와, 대단하다. 우린 아직 되나? 4학년이니까 아직은 괜찮겠지? 둘째는 뭐야?
ㅡ둘째는 여동생 컨셉이요. 여동생처럼 아들한테 의지하는 거예요. 연약한 몸이 필요하긴 하죠. 아, 이거 어떡해? 아들, 이것 좀 해줄래? 엄마는 못하겠엉~
우리는 여동생 컨셉은 안 되겠다며 깔깔깔 웃는다.
ㅡ셋째는 이건, 우리 남편이 말한 건데요. 내가 맞짱도, 여동생도 다 안 되겠다니 그럼 희생 컨셉을 하라는 거예요. 본인 엄마가 희생컨셉이라 본인이 효도하는 거라나 뭐라나. 엄마들은 그건 안 먹힌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사실 하고 싶지도 않구요.
우리는 한바탕 웃으며 농담처럼 아들 엄마 컨셉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다가올 사춘기에 대해 걱정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며. 한 명씩 교회 가서 울면서 기도하느라 모임 빠지는 거 아니냐며.
주변을 돌아본다. 우리 엄마는 희생컨셉이셨다. 그래서 동생은 효자를 선택했다. 희생 컨셉은 말도 안되게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자식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말이다. 웬만한 희생으로는 택도 없다. 그리고 요즘 같은 세상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의 어머니는 맞짱 컨셉이셨다. 근데 맞짱 컨셉은 단점이 있다. 남편은 어머니께 예스맨이지만, 마음으로는 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맞짱 컨셉보다 희생컨셉이 더 나은 것 같다. 희생컨셉이 통하면 몸과 마음을 다해 효도한다.
여동생 컨셉은 주변에서 못 본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이미 훌륭한 아이여야 가능할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 모든 걸 너무나 잘하고 있는 데다, 인성까지 좋아야 가능한 것 아닐까 싶다. 대문자 F, 공감형의 아이여야 할 것 같다.
돌아오며 생각한다. 나는 어떤 컨셉을 해야 할까.
한 지인에게 어떻게 그렇게 사춘기 없이 잘 자랄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분은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본인과 동생이 말을 안들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스무 살에 부모님이 환갑이셨다고. 노인 컨셉이 떠오른다.
부자컨셉도 있다. 어떤 사람은 돈이 많은 척 매번 자식들 앞에서 통장 묶음을 꺼내어 열어보곤 하셨단다. 자식들은 그 통장에 많은 돈이 있다고 생각해서 효도를 다 했다고. 그런데 막상 돌아가시니 빈통장이었다고 말이다. 부자컨셉은 진짜 돈이 많거나 연기를 잘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겠다. 부작용도 꽤 있을 거 같아 위험하다.
요리사컨셉은 어떨까. 아들들은 단순하고 먹는 것에 약하니 맛있는 음식으로 매번 꼬시는 거다. 근데, 요리를 잘해야 한다. 깔끔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아쉽다.
가난컨셉을 시도해 봤던 것도 같다. 하지만, 가난컨셉을 하기에는 내가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우리는 노인컨셉에 아이아빠가 몸이 안 좋으니 병자컨셉까지 더하면 꽤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할 만큼 공감형도 아니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이미 하고 있었던 컨셉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쫌 멋있지는 않다. 다른 뭔가 없을까. 연구가 필요하다.
아들을 키우려면 컨셉이 필요하다는 말은 꽤 기발했다. 일단 나의 성향과 아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잘 구상해야지 대충 해서는 택도 없겠다. 쉬운 컨셉은 없어보인다.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일단 정육점주인 컨셉과 숙박업소주인컨셉 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