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취향

by 가득

부부 관계에 있어 취향은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할까. 생각해보면 참 중요한 이것을 예전에는 등한시 했던 것 같다. 어찌 생각해보면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던 때였으니, 취향을 서로 맞추는 것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눈에 콩깍지가 씌운 상태로 서로 맞춰주려고 노력하며 서로를 속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에 있어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비슷한 취향이 아닐까 싶다.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부부는 자식이 독립하면 결국 친구처럼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살게 될테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와 가장 오래 가지 않나.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많이 나오는 것이 취향의 차이이다. 그것은 돈과 시간과도 관계가 있기에 중요하다. 한 친구의 남편은 서핑을 좋아하고, 캠핑과 야외에서 해먹는 음식을 좋아하는데, 친구는 서핑을 싫어하며 호텔숙박과 조식을 좋아한다. 만약 둘의 취향이 비슷하다면 서핑을 하러 발리에 같이 가고, 캠핑카를 몰며 구석구석을 다니는 기쁨을 함께 누렸거나, 편안하게 호캉스를 누렸을거다. 원하지 않는 곳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에 다른 한쪽은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친구는 결혼 전 여행을 좋아하고, 맛집에 가는 것을 즐기는 친구였다. 하지만, 배달음식과 외식을 싫어하고 근검절약하는 남편을 만나게 된 친구는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세끼를 집에서 직접 해야하며, 여행은 꿈도 못꾸는 생활이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것들은 삶의 질에 꽤 많은 영향을 끼친다. 슬기롭게 해결하지 않으면 감정이 억눌리고 원망이 커져 부부의 관계가 힘들어질 수 있음을 친구들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나의 경우는 '사기 결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술과 그 분위기를 즐기는 반면 남편은 작은 맥주 한캔도 다 마시지 못한다. 남편은 나와 맞춰주려고 오년간이나 술 잘 먹는 '척'을 했다고 한다. 속이 안좋으면 내색없이 혼자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와서 다시 마셨단다. 결혼과 동시에 술을 입에도 안대던 남편에게서 나온 말인데 그 때 배신감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굳이, 왜, 꼭, 그럴 필요가 뭐가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지독한 사랑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식장까지만 유효했던 사랑이라니. 결과적으로는 잘 한 일이지만, 그 이후로 나는 아주 오랫동안 아이들을 재우고 맥주 한잔 하며 하루를 함께 마무리 하는 부부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물론 부부가 백퍼센트 모든 것을 다 맞출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에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맞추어야 만족하며 지낼 수 있다. 나는 책냄새 나는 곳을 좋아한다. 서점도 좋아하고, 도서관도 좋아한다. 글쓰는 것도 좋아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것도 좋아한다. 남편은 책을 싫어한다. 글자에 알러지가 있는 것 같다. 글을 쓰고 봐달라고 사정해도 절대 봐주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 라디오 사연에 당첨되어 디제이가 읽어주는 데도 무관심하다. 블로그에 본인 험담을 올려도 안읽고 공감을 누를지도 모른다. 연애할 때, 카톡을 제대로 읽지 않을때부터 알아봐야했다. 수 많은 말이 읽히지 않고 숫자 1이 남아있을 때. 그 때 사실 눈치 챘지 않나. 글 읽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한편, 남편은 야구광인 2호에게 말한다. 너는 꼭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라. 결혼해서 같이 야구장도 가고, 경기도 봐라. 남편은 야구를 같이 즐기지 못하는게 한인 모양이다.



나는 자신의 글을 배우자가 제일 먼저 읽어준다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남편은 부인과 야구장에 가서 응원하는 부부를 부러워한다. 영화를 볼때에도, 음식을 먹을때에도, 티브이를 볼때에도, 취향이 하나도 맞지 않다. 어릴 때, 방학하면 외갓집 큰물에서 하루종일 나오지 않을만큼 물놀이를 좋아하던 나는 그 비싼 신혼여행지의 초록빛 바닷물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물을 싫어하는데 해군은 왜 갔냐 이말이다. 바다에 안들어갈건데 신혼여행은 왜 휴양지로 갔냐 이말이다. 왜 수영하고 싶은 아이들을 데리고 강릉바다는 겨울에만 가냐 이말이다.



아무튼 맞는게 하나 없는 우리는 딱 하나 잘 맞는 것이 있다. 농장 가꾸기다. 감자를 누가 훔쳐가도 무관심한 남편이지만, 역시 우리는 늙으막에 시골에서 흙만지며 살아야나보다. 사기 결혼은 봐주기로 한다. 할인하면 잊지 않고 맥주 한묶음씩 사와서 하는 말은 아니다. 책은 안읽어도 열심히 도서관에 반납하러 다녀와서 하는 말도 아니다. 다만, 이 말만 하지 말자.



그거 알아? 애들 독립하면 죽을때까지 우리끼리 살아야 된다.

ㅡ아니, 그러지마. 무서워.


다음에 뭘로 태어날거야? 부인 죽으면 다음생에 내가 따라가서 꼭 찾을거다.

ㅡ응.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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