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과 권태기2

by 가득

요즘 써놓은 글들을 보면, 최근에 내가 많이 예민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왜 이런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고, 화가 나 있는 건가, 더듬어보다가 아마도 또 힘이 드는 모양이지, 생각한다.


최근 병원을 다녀왔다. 새벽마다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에 잠이 깨어 다시 잠들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처음 시작은 두어 달 전쯤, 아이들을 태우고 운전할 때 시작되었다. 길고 긴 터널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 힘들었다.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어서 끝까지 집중하고 가야 했는데, 그 시간이 길고도 길었다. 갑자기 정신이 흐려지고 두 팔에 스르르 힘이 빠져 운전대를 놓치게 될 것만 같았다. 두려워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아이들 앞에서 애써 목소리를 키우고 웃음을 지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들을 태우고 삼십 분 이상 걸리는 낯선 거리 운전을 하지 않게 되었다.


며칠 전 심장내과를 다녀왔다. 잠잘 때뿐 아니라, 눈 떠 있을 때에도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2년 전 남편이 심장 수술을 했던 때가 떠올랐다. 아직 초등 4학년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걱정되었다. 삼 일간 패치형 모니터링 심전도 검사(홀터)를 했다. 다행히 검사결과는 정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과가 납득되지 않았다. 의사에게 계속해서 되물었다.


정말 괜찮아요? 그럴 리가 없는데. 진짜요? 심부전도 부정맥도 아니에요? 그럼 제가 왜 그러는 걸까요? 혹시 심혈관을 검사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의사는 다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심장전문병원을 나오며 생각했다. 저 의사 돌팔이인 것 같다고.


내 핸드폰에는 심장 관련단톡방이 있다. 그곳에는 심장에 대한 많은 질문과 답이 오고 간다. 남편이 수술 후 열이 났던 날 밤 톡방에 질문을 했다. 남편이 관상동맥우회술을 했는데 열이 납니다. 병원에 가야 할까요? 위험한가요? 많은 사람들이 답을 했다. 당장 응급실로 가라고. 혹시나 심근염이라도 있으면 다시 갈비뼈를 잘라 수술을 해야 한다고. 무서운 말들이 오고 갔다. 나는 너무 놀라 남편에게 병원을 가자고 했지만 남편은 허허 웃으며 내 몸은 내가 알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 말이 싫었다. 내 몸은 내가 알아 라는 말이 싫었다. 남편이 걸을 때마다 이상하게 숨이 찬다고 했을 때 병원을 가보자고 하면 남편은 계속 말했다. 괜찮아. 내 몸은 내가 알아. 그래서, 그 결과로, 남편 심장 대동맥 중 두 개는 못쓸 정도로 망가졌고, 나머지 한 개만 겨우 살아있다는, 거의 죽기 직전이라는 말을, 그래서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의사에게서 들어야 했다. 남편은 그 말을 듣고도 환하게 웃었다. 나는 남편의 말과 웃음을 믿지 않기로 했다.


아침 일찍 남편과 함께 수술에 들어간 이가 있었다. 수술은 아침 8시 시작하여 예닐곱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분도 남편도 씩씩하게 병원에 걸어 들어와 허허 웃으면서 수술실에 들어갔다. 괜찮을 거라고 수술이 끝나고 나가면 맛있는 식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분의 가족과 나는 둘 다 괜찮을 거라고 서로를 위로했다.

수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퇴원을 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그분은 하늘나라로 가셨다. 슬펐다. 바뀔 수도 있었다. 남편이 죽을 수도 있었다.


최근 남편은 며칠간 열이 나고 몸이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가자고 말해도 남편은 고집스러웠다. 그리고는 숨이 차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숨이 차. 왜 그러지. 숨을 못 쉬겠어. 남편의 말이 나를 옥죄었다. 아이를 위해 사다 놓은 열패치 따위나 이마에 붙이고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기력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말에, 웬일로 복날이니 삼계탕을 먹어볼까 하는 말에, 전복과 인삼을 넣은 삼계탕을 들이밀었지만 남편은 먹지 않았다. 알잖아. 나 물에 빠진 고기 안 먹는 거,라고 말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아프다면서 회사는 꼬박꼬박 나가고, 아프다면서 먼 출장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놈의 회사, 좀 안 나가면 어때서. 일은 부려먹고 돈은 그만큼 주지도 않는데, 그런 회사에 무슨 그런 충성을 다 하고 있냐고 오늘은 좀 쉬자고 해도 남편은 일하러 나갔다. 남편이 아프다는 말도 믿기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저 답답했다. 그래서 화가 났나 보다. 남편이 아파서. 아프니까.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미웠나 보다. 아프니까 맘껏 미워할 수도 없다.


지혜가 필요하다. 버티고 살아낼 지혜가. 어떻게 해야 우리 부부가 숨을 잘 쉬고 살아낼 수 있을까. 글을 쓰며 행복한 척 나를 속이고 살아봐도 결국 이렇게 글에서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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