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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울과 철학 Jul 02. 2021

링컨과  '우울한 리얼리즘'



이러한 ‘우울한 리얼리즘’은 1979년 린 어브램손과 로렌 앨로이의 획기적인 실험에서 도출되었다. 어브램손과 앨로이는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과 현실을 다르게 지각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간단한 게임 쇼 같은 실험을 수행했다. 먼저 피실험자들을 초록 불과 노란 불이 달려 있는 패널 앞에 세운다. 그들은 스프링 달려 있는 버튼을 눌러 가능한 한 초록 불이 많이 켜지게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한 무리의 피실험자들은 초록 불이 켜질 때마다 돈을 번다. 다른 무리의 피실험자들은 초록 불이 안 켜질 때마다 돈을 잃는다. 실험실 안의 스크린은 그들의 점수를 보여 준다. 나중에 피실험자들에게 실험이 진행되는 도안 자신이 상황을 얼마만큼 통제하고 있다고 느꼈느냐는 질문이 제시되었다. 그 대답은 변수에 따라 달라졌다. 우울증을 앓지 않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돈을 잃느냐 혹은 따느냐에 따라 통제력의 크기가 달라졌다. 그들이 돈을 따고 있을 때는 60~65점의 통제력을 느꼈다. 그들은 돈을 잃을 때는 사실상 통제력이 전혀 없다고 느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점수가 좋을 때는 그것을 자신의 공로로 돌리고, 점수가 나쁠 때는 남의 탓으로 돌렸다. 반면에 우울증을 앓는 피실험자들은 사태를 다르게 파악했다. 그들은 돈을 잃든 따든 자신에게 통제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옳았다. 어브램손과 앨로이는 실제적인 통제력의 범위를 크게 제한해 놓았던 것이다. ‘게임’은 하나의 허구였다.
과학 기자인 킬라 던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이 고전적인 1979년의 실험 결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행되어 온 우울증 연구에 흥미진진한 화두를 제공했다. 예전에는 우울증 환자들이 자기 자신과 세상의 체험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쪽으로 비틀어서 비현실적으로 인식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암시하듯이, 우울증의 인지 관련 증상은 낙관적이고 자기 고양적인 편견이 전혀 없다. 많은 경우 우울증 환자들은 그들 자신과 세상을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아름답지 않은 곳으로 여기는 것이다’

「링컨의 우울증」(조슈아 솅크 저) 中

 심리학 실험 중에는 우울증 환자가 정상인보다 사태를 덜 낙관적으로, 즉 더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실험이 있다.

 세상에는 많은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아무리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그 확률이 제로인 것은 아닌 사태가 매우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우울증의 진화론적 이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부분의 개체들이 낙관적으로 파악하여 무심코 지나가는 위험들을 인지하고 걱정하며 불안해함으로써 결국은 그 위험의 발생을 방지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남북전쟁 중의 링컨의 상태는 결과적으로 발생된 위험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링컨은 20대 초반에 우울증이 발명하고,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서 우울증이 재발하게 된다. 그 뒤로 만성 우울증을 죽을 때까지 겪었다. 우울증의 진행과 함께 링컨의 우울한 리얼리즘도 점점 몸과 마음에 자리 잡게 된다. 노예 해방과 남북전쟁을 겪으면서 대통령으로서 지휘하게 되는 많은 일들에 있어서 링컨의 비관론은 일을 철저히 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우울한 리얼리즘에는 당사자의 고통이 따른다. 그는 항시 불안해하고 다른 이들이 하지 않는 언행을 함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조소를 받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행복하고 건강한 삶, 즉 더 단순한 삶을 살기 어려워 지기가 일수이다.

 우리에게 행복을 인도하는 대부분의 책과 그것에 담긴 지혜는 결국  우울한 리얼리즘을 벗어던지라는 것이다. 나와 발생한 일이 아닌 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 걱정의 대부분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든지, 앞으로 전진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도하라든지 하는 가르침들은 우리를 우울한 리얼리즘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안간힘 쓰며 우울한 리얼리즘에 빠져, 의미 없는 존재로 간주하기가 일수이다.

 그러나 우울한 리얼리즘에 빠져있는 사람이야 말로 공동체의  위험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효과적인 예언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링컨은 과감하게 문제와 대면했다. 정신적 갈등의 이력이 나쁜 소식과 대면하는 데 필수 요소는 아니겠지만, 링컨의 우울한 리얼리즘, 즉 최악을 내다보고 그것에 대비하는 기질은 그에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대통령 당선 후 자신의 문제가 이제 시작되었다고 본 링컨은, 또한 아주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문제가 더욱 깊어진다는 것을 인식했다.

「링컨의 우울증」(조슈아 솅크 저) 中


 우울한 리얼리즘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우울증 환자의 증세에 다름 아니다.

낙관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무기력하고 매사에 부정적이다. 부정적인 사건의 확률이 제로가 아님을 알기 때문에 항상  불안해한다. 그 외에도 여러 증상을 보일 수 있지만 주된 특징은 이렇게 무기력과 불안으로 나타난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다단하며 다양한 사태들을 내재하고 있는데 우울한 리얼리즘에 빠져있는 사람은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울증에 빠져 본 사람은 알 것이지만, 우울증의 상태에서는 작은 일도 수행할지 수행하지 않을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삶의 자질구레한  일들의 결정은 비 우울증인 상태에서는 단순한 일이다. 그러나 우울증인 상태에서는 어려운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울증인 상태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인데, 그것은 어떠한 사건이나 상황의 발생이 각각 모두 가능성을, 그러니까 확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 일이 아무리 부정적이고 절망스러운 일이라도 발생할 가능성을 제로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가능성이 적은 일은 쉽게 논외로 여기게 된다. 즉,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여기는 마음의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가지 경우의 수를 쉽게 제거하게 되고 판단의 다음 단계로 쉽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비 우울증인 상태에 있는 사람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낙관주의 속에는 수많은 논리적 오류가 숨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의 상태에서는 이러한 낙관주의는 사라지고 사실관계를 더 명확하게 보는 경향이 지배하게 된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제로가 아니므로 그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결과적으로 선택의 불가능함을 인식하게 만든다. 우울증인 상태에서 강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은 어떠한 선택이 전적으로 옳으므로 그 선택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소한 일에서부터 중요한 일에까지 어떠한 행위나 입장을 취할 것인지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다면 삶을 영위해 나갈 수가 없다.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선택들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며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는다면 금방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A를 선택할 것인가 ~A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결정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을 하도록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링컨에게 있어서 그 해답은 신의 존재였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으며 여전히 선택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이 존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신은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떠한 일을 수행할지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신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좋아할지 생각해 봄으로써 한 가지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그는 인생의 험한 바다를 항해하더라도 그 자신이 선장이 아니라 신성한 힘이 모든 것을 주관한다고 보았다. 그 힘을 운명, 하느님, 존재의 ‘전능한 설계자’등 무엇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빛 속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그분이 명령하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라고 링컨은 썼다.

「링컨의 우울증」(조슈아 솅크 저) 中


링컨은 우울증을 평생 앓았고 그로 인해 고통받았다. 하지만 내재화된 우울증은 우울한 리얼리즘의 마법을 낳았고 그에게 앞으로 전진할 때 뒤를 돌아보는 조심성과 외유내강의 성격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우울한 리얼리즘은 신에 대한 믿음을 요청했으며,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대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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