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2:06

by 이지선

환자의 주름과 퍼석한 손에는

삶의 고단이 쌓여 있었다.


이 낡음이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면,

저 손은 세월을 피하려 했을까.


경력으로 인정될 주름은 내 선택이지만,

더 많은 고됨은 내 것이 아니었다.


인정되지 않은 피로들,

이름 없이 새겨진 시간들이

손등에 착색된다.


아프다 말하는 그 소녀의 수줍은 손은

삶의 고단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아프다, 아프다만 되풀이하는 것 같다.


가장 단순한 단어 뒤에,

설명하면 눈물부터 날 것 같은 사정들을 숨겨 둔 사람처럼.


할머니가 수줍은 소녀마냥 손을 감추려 하여,

나는 그 손을 감싸 쥐어 버렸다.


오후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