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by 이지선

사람과 사람 사이엔

한 뼘쯤의 공기가 남는다


가깝다고 말하는 입술과

서운하다고 삼키는 혀가

같은 입안에서 산다


꼭 맞는 반쪽이라 부르면서도

겹치지 않는 말들 때문에

밤마다 등을 돌려 눕는다


차가운 바닥 끝까지 밀려갔다가

새벽이 되면 슬며시 등을 맞댄다


닮지 않으려

멀리 돌아 나왔는데

웃는 모양,

화낼 때의 눈빛,

말끝에 붙는 숨까지,

결국 닮아버린 사람들


그래서 더 미운 얼굴이

더 오래 남는 얼굴이 된다


눈앞에 서면 버거워 한 발 물러서고

멀어지면 또 불러 세운다


다가오지 말라고 내민

손바닥 안쪽에서

놓지 못한 이름들이 뛴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완전히 포개지지도

완전히 떨어지지도 못한 채


딱 그 거리에서


등과 등을 맞댄 채

서운함과 안도감을

같은 무게로 들고


하루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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