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by 이지선

당신은

좋은 의사라는 상을 품고

문을 연다


나는

형광등 아래 그 기대 앞에서

비틀거린다


당신에게서 병만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병은 코드가 되고

숫자가 되고

사람보다 덜 복잡하니까


눈물을 통증 점수로 환산하고

위로 대신 보험 코드를 떠올린다

믿어달라 말하면서

당신의 말을 과장으로 의심하는

계산도 품고 산다


당신이

믿는 그만큼이 아니어서

어쩌면


오늘도

덜 잔인한 쪽을 택할 뿐이다


이 문장마저

나를 포장할까 두려워

의심하며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통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