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2화

동행자

by 이지선

"우리는 모두 시시포스"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같은 환자가 다시 왔다.

발걸음이 무겁다.


"선생님, 약을 꾸준히 먹었는데도..."

CRP 0.8에서 1.2로. 부종이 남아있다.

아침 강직 2시간.

숫자들이 조롱하듯 화면에 떠있다.


"용량을 조절해보죠. 생물학적 제제로 바꿔볼 수도..."

말을 하다가 멈춘다.

그녀가 나를 보고 있다.

의사를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고 있다.


"선생님도... 힘드시죠? 매일 같은 얘기 하시는 거."

가끔이지만 매번 낯설다.

환자가 나를 걱정하는 것은.


"저도 매일 같은 통증이에요. 우리 둘 다 시시포스네요."

그녀가 웃는다.

나도 모르게 따라 웃는다.


그날부터 뭔가 달라졌다.

나는 더 이상 돌을 혼자 밀지 않는다.

우리는 나란히 선다. 각자의 돌 앞에.

"오늘은 어때요?"

"오늘은 조금 나아요. 선생님은요?"

"저도 조금 나아요."

거짓말이다.


하지만 진실이기도 하다.

함께 미는 돌은 조금 가볍다.

이전 02화한계 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