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자
"메토트렉세이트 15mg, 프레드니솔론 5mg..."
키보드 소리가 주문처럼 울린다.
의대 6년, 레지던트 4년, 전문의 3년. 13년째 같은 약을 처방한다.
시시포스의 바위를 과학의 언어로 밀어 올리는 아침.
첫 환자가 들어온다. 삼십대 여성, 류마티스관절염 초기.
"선생님, 완치될 수 있죠?"
그녀의 눈빛에 희망이 가득하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흰 가운을 입은 날, 청진기를 목에 건 날, 나는 치유자가 되었다고 믿었다.
"최신 치료제가 있습니다. 관해율이 70%가 넘어요."
숫자로 희망을 판다.
그래프로 미래를 그린다.
초음파 화면에 염증의 붉은 신호가 깜빡인다.
여기가 문제고, 이렇게 치료하면, 이런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그녀가 나간다. 가벼운 발걸음. 처방전을 든 손에 힘이 있다.
나는 다음 환자 차트를 연다.
같은 진단, 다른 이름.
돌은 다시 산 아래에 있다.
의사가 된다는 것.
그것은 매일 같은 돌을 밀어 올리는 일이다.
완치라는 정상은 없고, 관해라는 잠시의 쉼만 있을 뿐.
하지만 나는 오늘도 돌 앞에 선다.
누군가는 이것을 부조리라 부를지 모른다.
나는 이것을 의료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