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3부

증인

by 이지선

"엄마의 부서진 손가락"


오년째 되는 사십대 엄마.

"손가락이 아파서... 딸 머리를 못 땋아줘요."

검사 수치를 보려던 손이 멈춘다.

"애가 유치원에서 다른 애들은 엄마가 예쁘게 묶어준다고..."


그녀의 '아파요'는 관절의 염증이 아니다.

엄마라는 정체성의 균열이다.


나는 처방전을 내려놓는다.

"더 들려주세요." 반 시간이 지난다.


다음 환자들이 기다린다.

하지만 나는 듣는다.

젓가락질이 어려워진 날,

김치를 담그지 못한 날,

아이 손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 날.

그녀의 부서진 서사를 듣는다.


"선생님, 저 이상한 환자죠? 병원 와서 이런 얘기나 하고..."

"아뇨. 이게 진짜 진료예요."

그날 처방전엔 약 이름 외에 다른 것을 적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오후 5시. 이야기 반시간.' [우선 대기가 없을때 오시도록]

보험 코드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처방이다.


나는 치유자에서 증인이 되었다.

부서진 삶의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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