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4부

사제

by 이지선

"기적 없는 기도"


진료실이 언제부턴가 다른 공간이 되었다.

LED조명이 아우라처럼 비춰지고,

컴퓨터 얹힌 책상은 제단이 되었다.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사제가 되었다.

"선생님, 죽고 싶어요."

육십대 남자.

통풍으로 10년.

발가락이 괴물처럼 변했다.

"통증 때문에요?"

"아뇨. 쓸모없어진 제가 싫어요."

나는 그의 발을 만진다.


의사가 아닌 사제의 손길로.

변형된 관절, 굳은 살, 차가운 피부.


이 모든 것이 그의 삶이다.

"함께 버텨봅시다."

기도인지 처방인지 모를 말.

그가 운다.

나도 속으로 운다.

"기적은 없어요. 하지만..."

"알아요.하지만이 중요한 거잖아요."


그가 내 말을 받는다.

신자가 사제의 말을 받듯이.

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불가능 속에서도 빛나는 것들을 찾도록 돕는다.


아침에 일어나는 용기,

약을 먹는 의미,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

때로는 침묵으로 미사를 올린다.

때로는 처방전으로 축복을 준다.

이전 04화한계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