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잃은 도시

Day9

by 이지선


모든 사람이 코를 잃어버린 도시다.


길거리에 코들이 굴러다닌다.

크고 작은 것, 오뚝하고 낮은 것.

하수구로 흘러들어가 막힌다.

시청에서 코 수거차를 보냈지만 냄새 맡을 사람이 없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꽃집이 문을 닫았다.

"장미가 뭔지 모르겠어요."

빵집도 문을 닫았다.

"발효가 됐는지 안 됐는지…"

커피숍, 향수 가게, 식당들이 차례로 간판을 내렸다.


나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사람들이 내 뒤를 따른다.

점점 많아진다.

수백 명, 수천 명.


"이게 장미 냄새예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모두가 입으로 숨을 들이마신다.

아무 냄새 없는 공기를 들이켜며 행복해한다.


"이게 갓 구운 빵이에요?"


또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이 빵을 사고, 맛도 모르면서 먹는다.


내 어깨가 점점 무거워진다.

이 도시의 모든 냄새를 책임져야 한다.

썩은 것과 싱싱한 것을 구별해야 한다.

위험한 가스 냄새를 감지해야 한다.


밤이 되자 사람들이 내 집 앞에 줄을 선다.


"내 아기 기저귀 냄새 좀 맡아주세요."

"우리 집 가스 새는지 확인해주세요."

"이 우유 상했는지 봐주세요."


나는 문을 잠그고 침실로 들어간다.

거울을 본다.

내 코만 유독 크고 붉다.

혈관이 터질 듯 팽창한다.


서랍에서 가위를 꺼낸다.

차가운 금속이 콧등에 닿는다.


"나도 모르고 살고 싶어."


가위날이 피부를 누른다.

한 방울, 두 방울.

피가 떨어진다.


그 순간, 모든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든다.

장미, 빵, 쓰레기, 땀, 눈물, 바람, 비…

코가 터질 것 같다.


나는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깨어난다.


현실

진료를 하던 중, 문득 코끝이 간질거렸다.

나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잠깐만요. 혹시 타는 냄새 안 나세요?"


차트를 보고 있던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코를 킁킁댄다.


"글쎄요, 저희는 모르겠는데요."

"난로 쪽인가요?"

"아니요, 다 꺼놨어요."


나는 다시 코를 들이마셨다.

희미하지만 확실히 느껴졌다.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타고 있었다.


"확실히 나는 것 같은데…"

내 말에 직원들이 복도와 진료실을 오가며 확인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돌아왔다.


"원장님, 특별히 나는 곳은 없어요."


환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지만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마스크를 벗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내 코끝은 여전히 그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내가 직접 한번 가볼게요."


경계 노트

남의 코가 되고 싶지 않지만,

내 코를 잃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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