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방주

Day8

by 이지선

꿈속 이야기


흙으로 빚은 배가 있었다.

물 위가 아니라 갈라진 대지 위에 놓여 있었지만, 배는 심장처럼 떨리고 있었다.

쿵, 쿵—, 흙 속에서 오래된 맥박이 울려 나왔다.


나는 어느새 배 위에 있었고, 손에는 노가 쥐어져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게 내 자리인 듯 당연했다.


처음엔 천천히, 이윽고 미친 듯이 노를 저었다.

어깨가 불타고, 손바닥이 갈라졌다.

그러나 배는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왜 안 되지? 이렇게 해서 될까?”

노를 내리칠 때마다 같은 의문이 되돌아왔다.


배 위에는 환자들이, 가족이, 낯선 얼굴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그들의 무게가 배를 눌렀고, 나는 더 세게 저었다.

하지만 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노가 손에서 사라졌다.

당황한 채 허공을 움켜쥔 순간—

배가 스스로 흔들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흙이 심장처럼 박동했고, 사람들의 호흡이 파도처럼 겹쳐졌다.

흔들림은 불안정했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노 없는 두 손을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 숨이 흙의 울림과 겹쳐, 배 전체가 잠시 하나의 호흡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어났다.


현실 이야기


아침마다 나는 늘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연다.

오늘은 큰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잘했으면 좋겠다.

나는 잘할 수 있을까.


진료실 문이 열리고, 환자가 들어오면 나는 먼저 그 표정을 살핀다.

좋아졌다는 기색인지, 아니면 무너져가는 기색인지.

약을 바꿔야 하는 순간, 병이 나빠졌다는 말을 꺼내야 하는 순간,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나는 어차피 노를 저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열심히 저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하지만 문득, 꿈에서 흔들리며 나아가던 흙의 배를 떠올린다.

그 배가 앞으로 간 건 내 노 때문이 아니라, 함께 탄 사람들의 호흡 때문이었다.

현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노잡이처럼 보이지만, 결국 환자들이 스스로 움직여주고,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해야만 배는 나아간다.


오늘도 나는 환자의 표정을 살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내 노와, 그들의 리듬이 함께할 때 비로소 배는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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