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싸움

Day10

by 이지선


낮인데도 골목은 흐릿했다.

햇빛은 분명히 있었지만

땅까지 닿지 못한 채 허공에서 얼어붙어 있었다.

그 빛 아래, 나는 달리고 있었다.


발자국이 네 개였다.

좌, 우, 좌, 우—

리듬은 분명했으나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나의 것인지, 아니면 뒤를 따르는 또 다른 존재의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나는 늑대였다.

숨결은 뜨거운 김으로 터져 나왔고

근육은 발끝에서 어깨까지 긴장으로 팽팽했다.

하지만 눈앞의 길은 끝나지 않았고

그 길 한가운데 검은 무엇이

낮게, 깊게, 질척하게 깔려 있었다.


그것은 털도 아니고, 가죽도 아니었다.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실핏줄 같은 것들이

길 위에 붙어 있었다.

숨소리도 발소리도 없었지만,

나는 그것이 살아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것도 함께 부풀었다.

마치 내 폐 속까지 스며드는 것처럼.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그것이 나를 삼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싸웠다.

이빨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찢으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물리지 않았다.

발톱이 닿는 순간

끈적끈적한 감촉이 내 살을 타고 올라왔고,

순간적으로 차가운 고통이 몸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밀려나며 비틀거렸지만,

곧 다시 몸을 낮추고 뛰어들었다.


수없이 반복되는 공격과 방어.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묶여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 채.


차라리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등을 돌리면

내 등뼈를 타고 그것이 기어올라

나의 목덜미를 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끝내 싸움을 이어갔다.


누군가가 내 등을 잡아줬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단단한 손으로

나를 붙잡아 준다면.

그 손이 없으면 나는 끝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생각만이,

마치 기도처럼, 울음처럼

내 머릿속을 울렸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내 등을 붙잡아 줄 그림자조차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싸움과 버팀 사이에서

점점 내 몸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숨이 뜨겁게 달아오르다

어느 순간 식어가고,

마침내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 검은 것은 아직 내 안에 있었다.

진료실로 가는 길에도,

환자를 마주할 때도,

언제나 그 자리에 낮게 깔려 있었다.


현실


식탁에서 남편이 말했다.

"라온이가 고양이한테 맞았어.

1미터쯤 물러서서 계속 으르렁거리더라.

내 눈을 보면서 도와달라는 것처럼."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꿈속 늑대와 똑같은 모습.

어린 시절 동네 개에게 쫓겼던 내 모습.


둘째가 툭 말했다.

"라온이는 이기진 못했지만, 진 건 아니야."


그 말이 꿈속의 나에게 닿았다.

나도 그랬다. 매일 알 수 없는 것들과 싸우며

완전히 이기지도, 완전히 지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패배가 아니라는 것.

그 깨달음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경계 노트


우리는 매일 싸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과,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과.


이기지 못해도 괜찮다.

진 것이 아니니까.

버티는 것만으로도,

오늘을 살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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