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1
요즘 내 일터는 어딘가 투명한, 그러나 쉽게 깨어지지 않는 유리벽 같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말을 아낀 직원들의 눈길이 제각각 아래로 흩어진다.
쉬이 풀리지 않는 오해와,
누구도 먼저 다가가지 않는 침묵—
이 공간의 공기는 매일 조금씩 무거워진다.
회의 시간엔 언제부턴가
‘보고’와 ‘변명’이,
‘질책’과 ‘방어’가 서로를 덮는다.
경영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면
매일 조금씩 불화가 커지는 원인을 알 듯 알 수 없다.
“리더십이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모두가 지쳐버린 걸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책임과 무력감 사이에서 흔들린다.
어떤 직원은 내게 말한다.
“경영자님, 요즘 분위기 정말 답답해요…”
하지만 고백의 끝은 언제나 어딘가로 숨어든다.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희생도
쉽게 밝힐 수 없는 복잡한 그물.
나 역시 이 무게가
짧은 악몽이길 바란다.
가장 두려운 건,
이 고단한 나날이 어쩌다
영원한 현실이 되어버릴까 하는 불안이다.
각자의 상처가 깊어질수록
‘그래도 우리가 한 팀이었지’라는 기억마저 어렴풋해진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내일은 좀 더 가벼운 하루였으면…”
그래서, 오늘밤 나는
꾸고 싶은 꿈을 선명하게 떠올려본다.
눈을 뜬다.
창밖에서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든다.
내가 좋아하는,
혹은 한때 좋아했던 직원들이
낯익은 미소로 출근해 있다.
누군가는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누군가는 “좋은 아침입니다”
밝게 인사한다.
복도와 진료실,
작은 칭찬과 미소가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풀어준다.
회식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서로의 수고로움을 “고마워요” 한 마디로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공간.
실수에 “괜찮아요, 누구나 그런 날 있죠”라고 말할 수 있고
언짢음이 생기면
오해를 쌓아두지 않고
조용한 대화로 풀 수 있는 그곳.
누구든 먼저 다가가
마음을 내보이고,
다른 이가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팀.
불화도 긴장도,
함께 일하는 공간 안에서
하루하루 이겨내는 용기로
따뜻하게 바뀌는 하루.
진료를 마칠 때
“오늘은 정말, 꿈같았네요”
소박하고 안전하게 웃고 싶다.
이 꿈이
언젠가 우리의 현실 한 가운데
작은 균열로라도
스며들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