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아이.

by 수 윤

카페에서 글쓰기를 마치고 나오던 찰나였다.

(어쩌면 야구만 보고 나왔을 수도 있겠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께서 손 잡고

카페에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으셨다.

나가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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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큰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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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 아빠와 함께한 기억이 없는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릴 적 나의 엄마와 아빠였다.


그 덕분인지 혹은 때문인지

길을 걷다가도

할머니, 할아버지만 보면

괜히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곤 한다.

자연스레 그런 버릇이 생겼다.


카페에서 본 노부부는

연세가 꽤나 있으신 분들이셨지만

여전히 서로의 손을 맞잡으시며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셨다.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기에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잠시나마 기분 좋게 떠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때 그 아이'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정확히는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세상이 조금만 더 따뜻하면 좋겠다.

그러고 나선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자리에 더 있다간

처음 본 노부부에게마저도 정이 들 것만 같아서

급하게 자리를 떴다.


아직도 할머님의 얼굴이 선명하다.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띤 할머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걸까.


사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열린 결말처럼 모두의 판단에 맡기면 그만이다.


다만, 어린아이의 미소만 봐도 괜히 웃음이 나는 것처럼

할머님의 미소만 봐도 기분이 좋지 않은가.


당신의 경험과 생각에

감히 공감조차 하지 못하지만

나와 연이 하나도 닿지 않았던 당신에게

잠깐이나마 가까워지고자 했던 나의 진심이자

조금이나마 당신에게 시간을 기울인

나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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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둘러볼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러면

'그때 그 아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꿈꾸었던

그때 그 아이.


어린 왕자는 말했다.

"아무 소용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내려고

꽃들이 그렇게나 고생하는데,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하려고 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빨간 뚱보 아저씨의 덧셈보다 더 중대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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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말한다.


"세상이 조금만 더 따뜻하면 좋겠다."



김필의 '그때 그 아인'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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