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생물학적인 죽음, 즉 대사활동 정지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촌철살인'이라는 말도 있고, 그 유명한 삼국지의 왕랑을 제갈량이
설전을 버려 죽였다지만, 어디까지나 픽션, 소설의 내용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죽음, 즉 절망, 사고의 정지 및 나아가 정신적 공항상태를
말로만 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게 가능한 사람은 현대 사회에서는 의사 선생님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울기도, 웃기도, 기뻐하기도, 좌절하기도, 슬퍼하기도, 걱정하기도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그럴 것이며,
아마도 큰 병을 앓아 보신 분은 이 말을 절실히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병원에 가는 일을 무척이나 싫어하고 사실 겁내 한다.
이렇게 장황하게 의사 선생님과 병원의 무서움을 토로한 이유는
사실 어제 지난주 건강검진 결과에 관련되어 병원에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ㅇㅇㅇ씨 되시죠? 건강 검진 결과로 한번 내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에?, 검진 결과는 그냥 우편으로 보내 주셔도 되시는데..."
"아니요, 한번 내원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네에, 제가 오늘은 퇴근이 늦을 것 같아서요, 혹시 내일 몇 시까지 진료를 하시나요?"
"내일 야간 진료가 있어서, 8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하아... 네에, 그럼 퇴근하고 내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꼭 내원해 주세요."
무슨 이유에서 일까?,
그냥 전화통화로 알려주면 안 되나?
이 통화 이후 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간 운동도 열심히 하고, 편식도 안 하고, 나름 열심히 건강 관리를 했던 것 같은데...
어차피 결과는 병원을 내원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
걱정해 봐야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그저 빨리 퇴근하고 병원에 가보는 수밖에...
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병원이 싫다.
정말 싫다. 그리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