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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pr 18. 2024

#26 나는 차를 코로 마시고 있다.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차의 풍미를 글로 옮길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입으로 혹은 혀로 느껴지는 차의 맛은 참으로 보잘것없다는 것이다.

혀로 느껴지는 맛은 그저 맹맹하고 가끔은 텁텁하고 쌉쌀한 맛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겠고, 내가 아직 내공이 부족하여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1차원적인 혀로 느껴지는 맛은 그렇다.


그럼 차향은 어떨까? 

코를 통해 들어오는 차향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풀내음의 알싸함이 시원하게 다가오기도 하며, 꽃내음의 달큼함을 향기롭게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흙내음이 깊이 들어와 따뜻함을 주기도 하며, 또 때로는 과일향을 내어 달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차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혀로 느껴지는 맛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이렇듯, 차맛이란 것은 차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들숨을 통해 코로 들어오는 향, 그리고 차가 목을 타고 넘어가 입안에 남아 맴도는 차의 잔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를 마신 후 내쉬는 날숨을 타고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올라와 입과 코로

나오는 숨과 함께 느껴지는 따뜻한 향. 여기에 혀로 느꼈던 맛이 살짝 더해지는 것까지.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차의 향이자, 차의 맛이다.


한 모금, 한 호흡으로 완성되는 차의 맛.

이렇게 느껴지는 차의 맛은 때로는 머릿속에서 색깔을 떠올리게 하기도, 계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또 어느 때, 언제 가는 어떤 시간 때의 추억을 혹은 풍경을 불쑥, 떠올리게 하여 스스로 놀라게 하기도 한다.


"용캐도 잊지 않고 이런 걸 아직 기억하고 있었구나..."


이렇게 보면 '차를 코로마신다'라는 말이 다소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럽긴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이렇게 나는 '차를 코로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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