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한 때는 우리 모두 푸르렀을...'
내가 요즘 주로 마시는 차는 녹차와 우롱차 그리고 홍차이다.
녹차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푸를 록(綠) 자를 사용하여 녹차이며,
우롱차의 역시 푸를 청(靑) 자를 사용하여 청차라고 불리기도 한다.
두 차 모두 차의 형태로 건조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푸르스름한 빛을 유지한다.
반면 홍차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붉을 홍(紅) 자를 사용하며,
찻잎의 형태에서는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붉은빛을 띠고 있다.
일전에 즐기던 보이차도 백차도 그렇고, 둘 다 찻잎 형태에서 푸르르다고 할 수는 없는 빛깔이다.
보이차는 짙은 고동색, 백차는 여러 색상의 잎들이 섞여있지만, 빛바랜 누런 색에 가까웠다.
분명 한때는 자연에서 모두 같이 푸르렀을 텐데, 어쩌다 이리 갈리게 된 걸까?
차의 빛깔이 바뀌게 되는 것은 건조과정 중, 산화과정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산화되어 이런저런 화학반응에 의하여 발효되어, 푸른빛이 누런빛이나,
붉은빛을 띠게 되며, 독특한 향과 맛이 더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녹차의 경우 가열과정을 거치기에 산화과정이 일어나지 않아 푸른빛을 유지하며,
우롱차의 경우 산화과정 중 가열하여 산화를 중지시키기에, 비교적 푸른빛을 유지하게 되며,
그 때문에 청차 혹은 반산화차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가끔 동창회같이,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곤 한다.
몇 십 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느새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미 산화되고 발효되어,
각자 다른 색깔과 향을 띠고 있기도 하다. 달라진 외모만큼이나, 각자 다른 고민, 다른 관심사.
누군가는 아빠가 되어 있기도, 누구는 사장이 되어 있기도, 누구는 대머리가 되어 있기도...
분명 우리는 한때 키도, 관심사도, 고민도 다 비슷했을 텐데.
'우리 모두 한때는 그렇게 푸르렀을 터인데...'
만약 혹시라도 내게 아직 푸르름이 남아 있다면,
그 푸르름이 산화되지 않고 유지되길 바래 본다.
녹차나 우롱차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