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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pr 16. 2024

#25 늦봄의 초록색 맛 '우롱차'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작고 동글동글하게 말려있는 모양새, 마치 쫄쫄 굶어 배를 잡고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쥐며느리 같기도 한 것이, 퍽이나 재미있는 모양새이다.

진짜 배가 고파 웅크리기라도 한 것인지, 물을 머금으면 얼마나 부풀어 오르는지,

손톱 반만 하게 말라 둥글게 말라비틀어진 것이, 손가락 두 마디도 넘는 이파리가 된다.


향과 맛은 꼭 알싸한 풀내음을 내는 것이, 향긋하면서도 쌉쌀음 하다.

마치 말차의 풍미와 매우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조금 떫은 느낌도 없진 않으나,

또 뒷맛에 살짝 달큼함도 느껴진다. 이 맛 저 맛이 섞여 있는데 어느 하나 강하지 않고

모든 맛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또 맛이 백차와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의하긴 어려우나, 확실한 것은 분명 초록색!!,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운 초록색 맛이다.

계절로 비유하자면 봄, 꽃잎이 흩날리는 시기보다는 좀 더 늦은, 푸릇푸릇한 봄의 색깔이

파릇파릇한 여름으로 넘어가는 중간, 늦봄. 

내가 느낀 우롱차는 초록색의 늦봄의 맛이었다.


지난 주말 서울의 온도가 30도 가까이 올라갔다. 완전히 늦봄의 날씨였다.

덕분에 우롱차를 마시는 동안 봄을 보내며,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나는 그렇게 남들보다 살짝 빨리 봄을 보내며, 이른 여름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 봄비와 함께 바로 다시 기온이 떨어졌다. 아직 봄을 보내기엔 일렀나 보다.


여름의 예행연습 정도로 생각해 둬야겠다.

여름이 오면 이런저런 것들을 탈탈 털어 햇볕에 널어놓을 생각이다.

지난겨울 습기를 머금고 꿉꿉해졌던 마음도, 지난겨울 잔뜩 움츠러들었던 생각도 탈탈 털어

햇볕에 널어놓을 생각이다.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바뀌길 기대하며,


있는 힘껏 탈탈 털어 널어놓으려 한다.



덧붙여, 여전히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우롱차를 5분가량 푸욱 우려 봤다.

당연하겠지만, 텁텁하고 떫은맛이 강해졌다. 

적어도 나는 텁텁하고 떫은맛을 내는 능력에 있어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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