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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형통

by 송유성

꿈에서 반숙이 된 엄마를 꺼내 조금 더 익혔다

부서지는 소금 결정

양날이 없는 검

파편화된 모란

끊어지지 않는 목걸이

한때 무엇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아는 건 쉽다

한때는 잠시라는 것을 맨날 잊는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삶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무차별적인 인터뷰를 하고 싶은 날에는

낮술을 깐다

낮술은 깐다고 표현해야

흐르는 기분을 이해하기 적당하다

가까이 보이는 산을 오르려고 하면 사실 먼 것처럼

당신도 그랬다

더 이상 파고들 틈 없이 안아봤는데

지나니 아무것도 모른다


뚜껑을 열어서 환기를 시켜야 곰팡이가 슬지 않는데

한번 닫힌 기분은 잘 열리지가 않는다

하물며 사랑은 더 하다

제일 먼저 열어 놓아야 하는 특산품인데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는데 찌르고 말아서 사실은 사랑한 것이 아니라 복수하려고 했다고 거짓말 한다

배워도 안 되는 것도 있다


시간이 익어가면서 처치 곤란한 것

누군가가 나를 오랫동안 쓰다듬었던 일

밤새 들려준 전래동화

아플 때 쑤어준 계란죽

대상 없는 증오


몇 권의 노트를 써야지 학년이 올라가나요 선배

유급은 언제쯤 멈춰지는 일인가요

선배, 실은 졸업도 못 했죠?


모르겠다고 말해버릴까

에라이 해버리면 다 에라이 하고 지나갈 것 같은데

어떤 수리수리 마수리보다 강력한 주문일 수도

가까운 것이 최고의 해결법이란 진리는

사랑한다는 말에도 똑같다


누군가를 잡고 싶다

잡고 싶은 거였는데 쥐어서 자꾸 죽인다

그것만 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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