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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보가 인사드립니다

by 송유성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 거짓말이에요

사랑은 밥 안 먹여줘요

밥은 내 손으로 떠다 먹어야 하고 떠다 먹으려면 일을 하러 가야 해요

사람들은 일을 할 때마다 사랑을 하는 법과 돈을 자꾸 바꿔요

섬에 갇혀있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아니래요 우리나라는 내륙으로 갈 수 있대요

아니 우리나라를 말한 것이 아닌데요

그러면 섬에 갇혀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 맞지 않냐고 물었는데요

이상한 소리 한다고 말해요

종종 나는 답답해져서 바보인 척 해버려요

도달하지 못하는 편지를 매일 써본 적이 있나요

필력이 아주 좋아져서요

나는 모든 사람의 사연에 따라 편지를 대필할 수가 있죠

물론 그것은 돈은 안되고 슬픔만 많이 되는 일이에요

가끔 사람들은 자신이 교묘하다는 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 같아요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은 돈 버는 일이 아니에요

자꾸 나를 조금씩 뜯어서 갖다 팔아야 하는 일이에요

오늘도 채워지는 술잔에 손 못 갖다 댔어요

그만, 이라는 말도 자격이 필요한 일 같아요

사연이 있는데 사연 있는 사람처럼 안 보이고 살아야 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일이래요

살면서 쌓이는 건 사연밖에 없는데 그러면 안 보여야하는 것만 계속 쌓이는 데 내 손은 작고 안아 들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러면 숨길 수가 없잖아요?

아, 그래서 사람들은 혹시 사랑이란 것을 해버리는 걸까요?

세상에 똑바로가 어딨어요

우리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그랬는데요, 사람은 다 좌우가 완벽히 대칭이 될 수 없다고요

근데 어떻게 똑바로 보라고 말해요

비스듬히 보면서도 당신을 안아줄 수도 있는 일 아닌가요

사실 나만 바보인 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요 나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거든요

애인을 부자연스럽게 떠나보낸 남은 애인이 슬며시 밥만 먹다가 고개를 들 때 바보인 척하는 거고 시금치나물을 무치면서 마늘을 조금 더 넣지 못하는 마음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바보인 척하는 거고 가장 제일은 보고싶어요 엄마 하고 말 안 하는 중년들이 가장 바보인 척하는 거라는 거 나는 다 알고 말고요

알아서 탈이다 라는 말 안 믿고 살래요

탈은 아파야지 당첨이라면

아픔을 입고 살아버리면 되는 거잖아요

다 쥐고 욕심쟁이처럼 풀풀 거리면서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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