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린 모란이 다 진 밤에 마주쳤을까
줄 것이 남아있지 않은데
눈이 마주치면 어쩌자는 것일까
어떤 사람의 눈물자국에 반하는 나는
어쩌자고 자꾸 사는 일을 물어봤을까
슬프지도 않은 나뭇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는
윤동주 시인의 시구절을 생각하다가
나는 폭풍을 쫓는 사람인 것을 안 밤
우리는 공원이 철거될 거란 소식도 잊은 채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소를 타기로 했었지
당신이 영영 오르다가 역사처럼 박히는 일인 줄도 모르고
이미 다한 마음을 긁어내야 하는 발걸음인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