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에 대한 오해와 착각(2)

블로그에 대한 오해와 착각(올해 초, 블로그를 다시 시작할 즈음)

by 정현미

1년 만이다.

이렇게 블로그의 하얀 지면을 다시 마주하게 된 건...


2년 전 난 오랫동안 별러왔던 자본시장으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했다. 멈출 것 같지 않던 그 톱니바퀴에서 막 떨어져 나온 나는 뭔가 막연하게나마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정한 나만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왠지 폼도 날 것 같고 생계로 바쁜 또래들과는 다르리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선택한 것이 블로그였다.


마침, 그 당시 읽고 있던 서양사에 한창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던 시기라 그걸 체계적으로 포스팅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시작했던 나의 블로그는 2달 남짓, 어쭙잖은 짜깁기 글 몇 편으로 변죽만 울린 채 지금까지 잠정 휴면 상태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삶을 기록하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마음을 공유하는 싶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블로그였지만 어느새 나는 조회 수를 올리고 그것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동영상들 사이로 이리저리 파도를 타고 있었다.


여전히 경제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마음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렸고, 그들의 세월은 간과한 채 성공한 이들의 노하우를 따라 하려 애쓰며 또한 그렇게 지쳐갔다.


자본주의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내 삶을 가두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그 연결고리를 억지로 끊고 나왔지만 난 아직도 그때의 마인드로 모든 걸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에 견주어 보면 2달 남짓은 한낱 찰나의 순간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의 많은 사유로 나 또한 휴면 상태에 돌입하게 되었고...


그렇게 보낸 1년은 새로운 환경에 맞게 내 마음을 리셋하는 진정한 안식년의 역할을 했다.


블로그를 떠난 1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세월 동안 겪은 사소한 희로애락에서 조금이나마 성장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는 또 다른 착각으로

지금, 그 낯설고 막막하기만 했던 블로그의 하얀 여백을 다시 마주하고 섰다.

이제 오롯이 나만의 이야기를 쓰리라.

그동안 애써 무시하며 살았던 그 평범한 이야기들을...

새삼 깨달은 나만의 소중한 시간들을 기록하리라.

언젠간 우리 아이들이 가끔 들러서 기억해 줬으면 하는 그런 추억들을 담고 싶다는 생각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다시 설레기 시작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브런치에 대한 오해와 착각(1)